러, 전쟁 후 철수 외국기업의 자산 회수에 빗장…푸틴 법안 서명

대러 제재 지지 등 경우 반환 거부 가능…현대차 재인수에도 영향 가능성

현대자동차의 차량들이 2022년 6월 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세관 터미널에 세워져 있다. 2022.6.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우크라이나전 발발 후 러시아 내 자산을 매각하고 떠난 외국 기업의 해당 자산 재매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에 서명했다.

이번 법률은 향후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 내 자산을 다시 인수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에 따르면 해당 법률의 대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시작한 이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외국 기업들이다.

당시 다수의 외국 기업은 서방의 강력한 대러 제재로 러시아 내 사업이 어려워지자 현지 자산을 러시아 기업이나 사업가들에게 매각하면서도 향후 이를 다시 사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재매입(바이백) 조건을 계약에 포함했다.

하지만 새로운 법률에 따라 러시아 기업들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이 조건의 이행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자산 재매입 제안 가격이 시장가격보다 25% 넘게 낮거나, 해당 자산을 소유한 러시아 측이 관련 시설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했다면 법원이 현재 소유주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또 이전 외국 소유주가 공개적으로 대러 제재를 지지하거나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도 자산 반환을 거부할 근거가 된다.

외국 기업에는 새 소유주의 사업체 반환 거부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권리가 남아 있지만, 법원은 이 보상 청구마저 기각할 수 있다.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와 상원인 연방회의가 지난달 말 승인한 이 법안은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메두자는 전했다.

새 법률은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생산공장을 러시아 기업에 매각한 현대자동차가 공장을 다시 인수하려 할 경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자 2023년 12월 러시아 업체 아트파이낸스에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법인 지분 100%를 1만루블(약 14만원)에 매각했다. 다만 현지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고려해 2년 안에 공장을 되살 수 있는 재매입 조건을 달았다.

현대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연간 20만대 이상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어 러시아 내 대규모 외국계 자동차 공장 가운데 하나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월 시한이 만료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바이백 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향후 러시아 시장 재진입 여건이 조성될 경우 현대차가 현 소유주와 별도 협상을 통해 공장 재인수를 추진할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가 철수한 외국 기업의 자산 회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면서 현대차를 포함한 외국 기업이 러시아 내 기존 생산시설을 다시 확보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cj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