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보다 못하다고?'…두로프, '테러리스트 명단' 등재 비판
자신은 "테러 조력자"·탈레반은 "존중받는 파트너"…러 당국 조치에 냉소
- 유철종 전문위원
(서울=뉴스1) 유철종 전문위원 =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41)가 자신을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린 러시아 당국의 조치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31일(현지시간)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에 따르면 두로프는 전날 러시아 연방금융감독청(로스핀모니토링)이 자신을 테러리스트·극단주의자 명단에 올리자 텔레그램 러시아어 계정에 자신과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을 비교한 밈 이미지를 게시했다.
이미지에는 '테러리스트 조력자'라는 문구가 붙은 두로프 자신의 사진과 '존중받는 파트너'라는 문구 아래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탈레반 관계자들과 악수하는 사진이 나란히 배치됐다.
이는 과거 탈레반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던 러시아가 현재는 탈레반 정권을 공식 인정하고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자신은 '테러리스트 조력자'로 규정한 점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2025년 7월 탈레반 정권을 공식 인정한 첫 국가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국가다.
두로프는 이후 영어 계정에 자신이 "텔레그램에서 대규모 감시와 검열을 시행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랐다"고 썼다.
그러면서 "러시아 법에 따르면 나는 인터넷에 아무것도 게시할 수 없게 됐다"며 "러시아 관리들은 인터넷에서 누가 누구를 금지할 수 있는지 분명히 혼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연방금융감독청은 연방보안국(FSB)이 두로프에게 테러 활동 지원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국제 수배를 선언한 다음 날인 30일 그를 테러리스트·극단주의자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 법률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이 명단에 오른 개인의 자산과 거래를 동결해야 한다. 다만 두로프 개인에 대한 제한 조치는 법인인 텔레그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FSB는 29일 성명을 통해 해외에 체류 중인 두로프를 테러 활동 지원 혐의로 궐석 기소하고 국제수배한다고 밝혔다.
FSB는 텔레그램 운영진이 러시아 내 테러와 파괴공작을 준비하는 데 이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채널과 봇을 삭제하지 않은 점을 혐의의 근거로 들었다. 두로프 측은 러시아 당국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두로프는 FSB의 성명이 나온 뒤 한동안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 프로필 사진을 테러리스트 차림의 이미지로 바꿨다. 텔레그램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는 두로프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손가락 욕설을 하는 사진도 게시됐다.
탈레반은 2003년부터 러시아에서 테러조직으로 지정돼 있었다. 그러나 탈레반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재집권한 뒤 러시아 정부는 탈레반 정권과의 공식 접촉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대법원은 2025년 4월 탈레반에 대한 테러단체 지정과 활동 금지의 효력을 정지했다. 러시아 정부는 같은 해 7월 탈레반 정권을 공식 인정했으며, 이후 안보·경제·외교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cj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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