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경찰 제압 중 숨진 모로코 이민자…'이탈리아판 조지 플로이드'

'과잉 진압' 논란에 수천명 항의 시위…멜로니 총리 "엄정 조사"

(출처=소셜미디어 엑스(X))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한 모로코 출신 남성이 경찰의 제압 과정에서 사망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AFP통신,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42세 남성 파키르 압데라힘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볼로냐 필라스트로 인근에서 경찰관 2명에게 눌려 제압당하던 중 숨졌다.

한 주민이 촬영한 영상에는 경찰에 의해 바닥에 짓눌린 파키르가 "도와주세요. 그만하세요"라고 반복해서 외치고, 주변의 구급대원들이 이를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파키르를 제압한 뒤 발목을 묶었지만, 파키르가 미동조차 하지 않자 구급대원들과 상태를 확인했다.

파키르는 5살 때 이탈리아에 온 모로코 출신 이주민으로 작은 이삿짐 업체를 운영해 왔다. 그는 심장 질환과 천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언론 라스탐파에 따르면 이날 경찰관들은 거리에서 고함을 지르는 남성이 있다는 지역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관들은 구급대원을 호출한 뒤 파키르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가 공격적으로 반응하자 페퍼스프레이를 사용해 제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르의 여동생 카디자는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경찰은 우리를 보호해야 한다. 누군가 흥분했다면 진정시켜야 하지, 개처럼 죽여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경찰관 2명과 구급대원 4명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탈리아에서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과 비교되며 거센 논란을 촉발했다. 경찰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진압 방식을 따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건 다음 날인 20일 볼로냐에서는 '파키르를 위한 진실과 정의'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 수천 명은 '파키르에게 정의를', '국가 살인'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폭죽 등을 던지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하면서 경찰과 시위대 수십명이 다쳤다. 이탈리아 경찰 노조에 따르면 이번 시위로 경찰관 56명이 부상했다.

2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파키르 압데라힘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경찰관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2026.07.20. ⓒ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 야당 정치인들은 우파 성향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치안 정책을 비판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야당 녹색좌파연합(AVS) 소속 일라리아 쿠키 의원은 멜로니 총리의 "증오와 인종차별에 젖은 정책들"이 폭력적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마테오 피안테도시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공영 방송 Rai1에 출연해 "경찰을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은 우리의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21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그 누구에 대한 편견이나 관용 없이 진실을 철저한 추구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을 핑계 삼아 도시를 황폐화하고 경찰관을 공격한 이들은 진실을 찾은 것이 아니라 대립을 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