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냐 환경이냐…서유럽 최악 폭염에 '에어컨 논쟁' 불붙었다
伊·스페인 에어컨 보급률 50% 수준…佛 24%, 북부는 더 낮아
'폭염 대책 미비' 비판 편승한 극우정당, 기후위기 정책 공격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서유럽을 달군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유럽에서 에어컨 보급을 둘러싸고 논쟁이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특히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에어컨 보급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기록적인 서유럽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소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 변화로 유럽 대륙은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더워지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최근 4년간 유럽에서 20만 명 이상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유럽 주요국 정부와 주요 정당이 폭염 대책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는 배경으로, 특히 에어컨 부족 사태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온열 질환 사망자 수가 과장됐다고 주장하던 극우 정당들도 이에 발맞춰 발 빠르게 기후·환경 관련 정책을 공격하고 있다.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건설 담당 대변인 마르크 베른하르트는 "사람들이 에너지 효율 등급과 같은 주류 기후 이데올로기의 제단에 바쳐지는 것을 막을 것"이라며 "'기후 히스테리'는 에어컨 자제와 같은 이념적 건축 규제 오류로 인해 더 많은 온열 질환 사망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역시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비난하기 위한 핵심 논거로 에어컨 도입의 미비함을 들고 있다.
다만 유럽 지역의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이유에는 기후 관련 정책보다는 건축 규제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반론도 함께 나온다.
최근 남부 유럽에 위치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에어컨 보급률은 50% 이상으로 늘었지만, 90%에 달하는 미국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24%로 더 낮은데, 그나마 더운 남부 지방에서 48% 정도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북부 지방은 10% 수준에 불과하다.
WHO 유럽사무소장 한스 클루게는 "유럽의 (폭염 대책) 투자 상당 부분은 기계식 냉방보다는 그늘, 단열, 냉방 센터 등 장기적인 해결책에 투입돼 왔다"며 "(에어컨과 장기적 해법) 둘 다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온열 질환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제한적으로나마 에어컨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루게는 "의학적으로 에어컨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에어컨을 보급하도록 보장하는 동시에,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해 나무와 녹색 지붕, 더 시원한 건물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유럽의 적색경보와 휴교, 냉방 센터 개방 등이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면서도, 사망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립된 노인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도 당부했다.
계층 불평등 해소와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해 공공 임대주택에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옥스퍼드대의 기후 과학자 클로이 브리미콤 박사는 "최근 폭염 기간 우리는 상당한 양의 에너지와 수자원을 데이터센터 냉각에 집중시키고 있다"며 "생명은 우리에게 인공지능(AI)보다 더 가치가 있다. 적어도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꼬집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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