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화 상대로 '절친' 獨 슈뢰더 지목…유럽은 '난감'

EU 외교대표 "푸틴이 협상 테이블 양쪽 모두 앉는 격" 거부
유럽 일각서 "대화 기회 잡아야" 지적도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정을 비판하는 베를린의 벽화. 2022.04.02 ⓒ 로이터=뉴스1

(런던=뉴스1) 이지예 객원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상대로 게르하르트 슈뢰더(82) 전 독일 총리를 언급하자 유럽국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11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에 우리 측 협상 대상자를 지정할 권한을 주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칼라스 대표는 "슈뢰더는 러시아 국영 기업을 위한 고위급 로비스트"라며 "푸틴이 그를 원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협상 테이블 양쪽 모두에 앉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전일) 열병식 이후 기자회견에서 유럽과 대화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개인적으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놓고 푸틴 대통령과 직접 협상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16.06.17 ⓒ 로이터=뉴스1

1998~2005년 독일 총리를 지낸 슈뢰더는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러시아 기업들과의 연계 행보로 비판받아 왔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로스네프트와 가즈프롬 고위직을 지키려다 논란을 빚었다.

익명을 요구한 독일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가 다른 어떤 조건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푸틴의 제안은 신뢰할 수 없다"며 "그는 서방 동맹 분열을 위해 여러차례 허황된 제안을 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휴전 연장 수용 여부로 대화 의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승절을 앞두고 미국 중재로 9~11일 사흘간 휴전을 합의한 상태다.

슈뢰더를 통해서라도 유럽이 러시아와 대화를 모색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사회민주당(SPD) 소속 일부 의원은 "푸틴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하게 하려면 아무리 작은 기회라도 모두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z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