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의 힘' 헝가리 16년만에 정권교체…트럼프·푸틴 울고 EU 화색

폴리티코 "헝가리 젊은 세대·언론인·의사 승자"…EU도 "환영"
몇 안되는 우군 잃은 트럼프·푸틴…유럽 우파 진영도 위축될 듯

헝가리 국민들이 12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서 야당인 티서당이 승리한 총선 결과를 축하하고 있다. 2026.4.13. ⓒ 뉴스1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12일(현지시간) 치러진 헝가리 총선이 16년간 장기 집권한 극우 포퓰리즘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패배로 끝났다.

페테르 마자르(45)가 이끄는 중도우파 성향의 티서당은 의회 199석 중 138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오늘 헝가리 국민들은 유럽에 '네'라고 답했고, 자유로운 헝가리에 '네'라고 답했다"라며 국가 주요 기관들의 수장을 맡고 있는 오르반 총리의 측근들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피데스당을 이끄는 오르반 총리는 패배를 인정하고 "야당으로서 나라와 헝가리 국민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헝가리 청년들의 승리…EU도 "환영", 우크라는 "글쎄"
12일(현지시간) 헝가리 총선에서 승리한 야당 티서당의 당수인 페테르 마자르가 부다페스트에서 헝가리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26.04.12 ⓒ 로이터=뉴스1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승자는 헝가리의 젊은 세대라고 분석했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 따르면 30대 미만 헝가리인의 3분의 2가 오르반 총리의 퇴진을 원했다.

선거를 앞두고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 겸 콘서트에는 수십만 명의 헝가리 청년들이 몰려들었으며, 그중 다수는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르반이 재집권할 경우 나라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가 헝가리 언론의 80%를 장악하면서 정부의 통제에 시달려 왔던 언론인, 부실한 제도와 예산 부족으로 고통받은 의료인들도 이번 선거의 수혜자다.

이번 선거의 정치적 함의는 헝가리 국경을 초월한다. 헝가리 밖의 주요 승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헝가리는 유럽을 선택했다"며 "한 나라가 유럽으로의 길을 되찾았다. EU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점령하겠다"고 공언해 온 오르반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900억 유로 규모의 대출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EU의 주요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사사건건 EU와 갈등을 빚었다.

우크라이나도 이번 선거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마자르는 900억 유로 대출을 승인할 것으로 보이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마자르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헝가리 사회에 반우크라이나 정서가 만연하다는 점에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자르 또한 오르반만큼은 아니라도 헝가리의 무기나 현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데 반대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신속히 처리하는 데는 반대하며,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푸틴 '울상'…르펜 등 유럽 극우들도 우군 잃어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6.01.22 ⓒ 로이터=뉴스1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은 이번 선거의 패배자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개월 동안 오르반 총리를 5차례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헝가리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밴스 부통령도 선거 직전 헝가리를 방문해 오르반 총리의 지원 유세를 벌였다.

프랑스의 극우정당인 국민연합(RN)의 마리 르펜 전 대표, 스페인의 극우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 등으로 구성된 유럽의회 교섭단체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들'도 중요 우군을 잃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EU와의 협상에서 같은 편을 잃게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EU 내에서 몇 안 되는 동맹을 상실했다. 헝가리의 독립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오르반 총리로부터 러시아 제재와 관련된 EU 내부 논의에 대해 전달받아 왔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기밀 유럽 문서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내에서는 피데스당 및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와 기업인이 선거 결과로 타격을 입게 됐다. 마자르는 오르반 정권의 부패 혐의를 조사할 '국부(國富) 회복 사무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