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戰 덴마크 전사자 추모국기 철거한 美대사관 '혼쭐' 후 복원

美주도 전쟁에 자국군 9500명 파병해 44명 전사
트럼프 "나토군 한 게 없다" 주장에 덴마크 참전용사 격분

28일(현지시간) 마야 슐라인 스탈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주덴마크 미국대사관 앞에 덴마크 국기를 게양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주덴마크 미국 대사관이 미국이 주도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전사한 덴마크 군인 44명을 추모하기 위해 대사관 앞에 설치된 덴마크 국기들을 철거했다가 여론 반발에 밀려 다시 복구하는 일이 있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덴마크 TV2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현지시간) 주덴마크 미국대사관의 한 보안요원이 덴마크군 전사자들을 기리기 위해 대사관 밖 화단에 설치된 덴마크 국기 44개를 철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국기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한 게 없다"고 주장하자, 덴마크 활동가들이 항의의 의미로 설치했다. 이날 대사관 측이 국기를 철거하자 덴마크 참전용사협회는 28일 "불필요하고 몰지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도 "그 국기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덴마크 군인들이 모든 사람의 깊은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하고 완전히 평화로운 표현"이었다고 옹호했다. 덴마크인들이 국기 철거에 반발하면서 대사관 앞에 꽂힌 국기가 수백개로 늘어났다고 TV2는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사관 대변인은 당초 대사관 직원들이 화단에 국기가 배치된 이유를 알지 못했다며, 국기 설치 과정에서 사전 조율이 없어 혼선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국기들은 규정에 따라 철거됐지만, 이를 놓아둔 이들에게 다시 돌려줬다. 이후 추가로 설치된 깃발들은 현재 제자리에 배치돼 있으며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31일에는 대사관에서 덴마크군 참전용사에 경의를 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한 침묵 행진이 열릴 예정이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탈레반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시작했다. 이때 사상 처음으로 나토의 집단방위 5조가 발동돼 다국적 연합군이 아프간에 파병됐다.

그린란드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었던 덴마크도 자국군 9500명을 보냈다. 2021년 덴마크가 공식적으로 모든 병력을 철수하기 전까지 아프간에서 덴마크군 총 44명이 전사하고 214명이 다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필요할 때 유럽이 도울지 알 수 없다며,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나토군이 "최전선에서 조금 떨어진 후방에 머물렀다"고 깎아내렸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