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 156조 무이자대출 합의…"러 배상금으로 상환"(종합)

"러 배상금 미지급시 동결자산으로 대출금 상환"…동결자산 직접 활용은 피해
27개국 만장일치…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 재정책임 면제받고 '찬성'

1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이사회 회의 종료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발언하는 가운데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 이사회 상임의장(가운데)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경청하고 있다. 2025.12.19. ⓒ AFP=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유럽연합(EU)이 19일(현지시간) 회원국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약 156조 원)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러시아 동결 자산을 직접 재원 마련에 활용하는 방안에는 뜻을 모으지 못했다.

AFP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이사회 회의에서 EU 예산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번 대출금 900억 유로는 2026~2027년 우크라이나의 무기 구입 및 재정 수요에 충당된다.

이 같은 결정에는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온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는 원활한 합의를 위해 재정적 책임은 면제받았지만, 결정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회의를 주재한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 이사회 상임의장은 "오늘 결정은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고 국민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X(구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를 위한 재정 패키지가 확정됐다. 그간 요구해 온 대로 900억 유로 규모의 무이자 대출"이라며 "이는 유럽이 푸틴에게 보내는 분명한 신호다. 이 전쟁에 이익이 없으리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배상할 때까지 러시아 자산을 동결 상태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츠 총리는 EU 정상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같은 내용을 밝혔다. 독일은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을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시 러시아로부터 배상금을 지급받을 경우에만 이 대출금을 상환하면 된다. EU는 러시아가 전후 우크라이나에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해당 대출금을 상환할 권리를 갖는다고 메르츠 총리는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 이사회 회의의 일환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2.18. ⓒ AFP=뉴스1 ⓒ News1 윤다정 기자

당초 EU는 역내 러시아 동결 자산 약 2100억 유로를 담보로 우크라이나에 '배상금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최우선 고려해 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회의 시작에 앞서 "우크라이나 지원은 EU의 안보 문제"라며 "자금 지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회의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확언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 역시 "우리에게는 간단한 선택이 있다. 오늘 돈을 내느냐, 아니면 내일 피를 흘리느냐 하는 것"이라며 "나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전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 돈이 없으면 우크라이나는 드론 생산을 크게 줄여야 할 것"이라며 EU 지도자들에게 해당 방안을 통한 자금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동결 자산 대부분인 약 1800억 유로를 중앙예탁기관 유로클리어를 통해 보관하고 있는 벨기에가 강하게 반대했다. 러시아가 보복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위험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친러 성향의 헝가리 등도 반대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 동결 자산을 직접 활용하는 방식 대신 EU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되 향후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과 대출금 상환을 연계시키는 우회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동결 자산 사용에 반대해 온 벨기에의 바르트 드 베버 총리는 이날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사용하는 대신 현금을 차입해 우크라이나에 대출을 제공하기로 한 결정으로 EU 지도자들이 "혼란과 분열"을 피했다며 "우리는 단합된 모습을 유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성이 결국 승리했다고 믿는다"며 "이 모든 일은 너무 위험했고, 위험천만했고, 너무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가라앉는 배, 타이타닉과 같았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모두 안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이 러시아와 직접 대화에 나설 때가 됐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평화 협상)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올바른 틀을 찾는 것이 우리 이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며 "향후 몇 주 안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20일까지 미국에서 미국 측 대표단과 면담을 진행하고 안보 보장에 대한 세부 내용을 제시하도록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다시 침략해 온다면 미국은 무엇을 하고, 안보 보장은 무엇을 하게 될 것이며, 어떻게 작동하는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