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남미공동시장 FTA 연내 체결 불발…프랑스·이탈리아 연기 요청
'불공정 경쟁' 유럽 농민 반발…브뤼셀에 수천명 집결해 트랙터 시위
- 이정환 기자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25년 이상 협상이 진행돼 왔던 유럽연합(EU)와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MERCOSUR)의 대규모 자유무역협정(FTA) 합의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유로뉴스,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 모인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EU와 메르코수르 간 무역 협정 서명을 내년 1월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당초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오는 20일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두 시장의 인구만 약 7억 8000만 명, 교역 규모는 연간 400억~450억 유로(최대 약 78조 원)에 달한다. 협정이 발효되면 EU는 남미 시장에 자동차, 기계장비, 와인 등을 더 많이 수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EU에서는 남미산 육류, 설탕, 쌀, 대두가 대량 유입된다며 농업계 반발이 거셌다.
이에 프랑스는 강력한 안전장치 조항, 더 엄격한 수입 통제, 메르코수르 생산자들에 대한 강화된 기준을 마련할 때까지 협정 표결을 연기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EU가 협정을 강행 처리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협상 연기를 거들고 나섰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며칠 내로 협정에 서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자국 농민 보호를 위한 일부 안전장치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원회와 독일, 스페인은 FTA가 수출 증대에 도움이 된다며 이 협정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헝가리, 폴란드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이 반대에 가세해 합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메르코수르 측에선 EU가 시간을 끌며 추가 요구사항을 제시하려 한다는 의심을 내비쳤다.
앞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협정 체결을 연기한다면 더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후 룰라 대통령은 멜로니 총리와 통화를 마친 뒤 "향후 10일에서 1개월 내 무역 협정이 승인될 것이라고 확언했다"며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협정은 연기됐지만 농민들의 반발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체결 연기가 발표된 이날 브뤼셀 EU 정상회의장 주변에서는 유럽 농민 수만 명이 트랙터를 몰고 와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프랑스 농민 플로랑스 펠리시에(47)는 협정을 두고 "사용금지된 약품들로 처리된 제품들이 수입될 것이다. 우리에겐 높은 수준의 농업 기준을 강요하면서 품질 낮은 닭고기를 들여오려 한다"고 비판했다.
jw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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