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발톱자국도 생생"…伊 알프스서 2억년 전 공룡 발자국 수천개 발견
2026 동계올림픽 경기장 인근 고지대…5㎞ 걸쳐 이어져
트라이아스기 초식 공룡 추정…지질 활동 과정서 솟아올라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탈리아 스텔비오 국립공원의 해발 2000m 높이 수직 암벽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 수천 개가 발견됐다. 약 2억 1000만년 전 후기 트라이아스기의 초식 공룡 무리가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AFP에 따르면, 발자국 화석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보르미오 인근의 고지대 빙하 계곡인 '발레 디 프라엘레'에서 약 5㎞에 걸쳐 이어져 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경기장 중 한 곳인 스텔비오 스키 센터와 멀지 않은 위치다.
발자국은 대부분 길쭉한 형태로, 가장 잘 보존된 발자국에는 최소 4개의 발가락 흔적이 남아 있다. 일부는 지름이 최대 4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긴 목과 작은 머리를 지닌 이족 보행 초식 공룡 프로사우로포드 속 플라테오사우루스가 발자국을 남겼다고 보고 있다. 프로사우로포드는 브론토사우루스 등 쥐라기 대형 용각류로 이어지는 초기 공룡으로, 발톱이 날카롭고 성체는 길이 최대 10m에 달한다.
발자국에는 공룡과 악어의 공통 조상 계통인 지배파충류의 발자국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발자국들은 등산객 접근이 어려운, 수직에 가까운 알프스 산맥 경사면의 백운암질 암석에 남아 눈으로 덮여 있다.
공룡들이 이 지곳을 지나던 약 2억 1000만 년 전 상부 트라이아스기에는 테티스해를 둘러싼, 수백㎞에 걸쳐 펼쳐진 열대 조간대 평야의 따뜻한 석호였다.
이후 아프리카 판이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테티스해가 닫히고 말라 갔고, 해저를 이루던 퇴적암이 접히며 알프스 산맥이 형성됐다. 발자국 화석들도 수직에 가까운 위치로 이동했고, 산 사면이 침식되면서 발자국이 바깥으로 드러나게 됐다.
트렌토 MUSE 박물관의 흔적학자 파비오 마시모 페티는 "발자국들은 퇴적물이 아직 부드러웠을 때 형성됐다"며 "현재는 암석으로 변한 진흙이 발의 해부학적 세부, 예컨대 발가락은 물론 발톱 자국까지도 보존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사슴과 수염수리를 촬영하던 자연 사진작가 엘리오 델라 페레라가 발자국을 처음 발견했다. 그는 밀라노 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 크리스티아노 달 사소에게 연락했고, 달 사소는 이탈리아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연구에 착수했다.
달 사소는 "지금 35년 간 본 것 중 가장 장관인 사례"라며 "나란히 이어진 보행 흔적은 무리가 보조를 맞춰 이동했음을 분명히 보여 준다. 방어를 위해 원형으로 모였을 가능성이 있는 흔적 등, 더 복잡한 행동의 흔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주 주지사는 주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공룡 발자국 집단은 유럽 전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 조반니 말라고는 기자들에게 "자연과학이 올림픽 대회에 먼 과거로부터 온, 예상치 못하고도 귀중한 선물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드론과 원격 탐사 기술을 활용해 해당 지역에 대한 연구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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