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美, 돈바스 철군 요구 불공정…영토는 국민투표 필요"(종합)

"우크라 철수지역에 '자유경제구역' 제안…러는 철군 안해 불공평"
"러, 헤르손·자포리자도 유지…하르키우·드니프로·수미서 철수"

8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국 런던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열린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과의 회담에 참석한 모습. 2025.12.08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김경민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토 양도 문제를 선거나 국민투표에 회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AFP·우크라이나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이 질문에 답하게 될 것"이라며 "선거를 통해서든 국민투표를 통해서든, 우크라이나 국민은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휴전 합의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에서 아직 통제 중인 지역에서 철군한 뒤 이 곳을 비무장화된 '자유경제구역' 설립을 제안했다고 젤렌스키는 설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물러난 그 지역을 누가 통제할 것인지, 감시·감독은 어떻게 할 것인지, 러시아군이 후퇴할 것인지, 민간인으로 위장한 러시아인의 침투를 어떻게 막을 것인지 등 핵심 쟁점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젤렌스키는 또한 미국의 제안은 우크라이나군만 자국 영토에서 철수하도록 강제하는 반면, 돈바스의 나머지 상당 지역을 점령 중인 러시아군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의 도네츠크 철수를 구상하고 있고, 러시아군이 해당 지역에 진입하지 않는 게 타협안이라고 주장한다"며 "우리에게 타협을 얘기하려면 공정한 타협안을 제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제안에는 러시아군이 돈바스는 물론 점령 중인 남부 헤르손·자포리자에서도 전선을 그대로 유지하며 철수하지 않도록 했다. 다만 그외의 하르키우·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수미 등 점령 중인 소규모 도시에서는 철수한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전날 미국과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을 위한 실무 회의를 진행하고 20개 항목 평화안을 제안했다. 당초 러시아의 요구가 상당수 반영됐던 28개 항목의 미국 측 초안을 수정해 20개 항목으로 만들었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전화 통화로 종전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상당히 강한 어조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고 했으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대화가 상호 존중 속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메르츠 총리는 미 정부 당국자들과 주말 간 추가 논의를 할 예정이며, 내주 초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보다 폭넓은 국제회의가 열릴 가능성도 내놨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