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집착' 트럼프, 두번째 英 국빈방문 시작…"내 친구 찰스"

반트럼프시위 벌어지는 가운데 윈저성 만찬과 마차 행렬 등 예정
美대통령 첫 '국빈방문 2번'…英, 왕실 '소프트파워'로 관계강화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16일 영국 동부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틀간의 국빈 방문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2025.09.16.ⓒ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영국에 도착해 이례적인 두 번째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영국 정부는 윈저성에서의 만찬과 마차 행렬 등 왕실 의전을 총동원해 트럼프를 환영하며, 그의 변덕스러운 성향을 고려해 최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모습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런던 인근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해 의장대의 환영을 받았다. 트럼프는 비행 중 기자들에게 "아주 큰 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 왕실에 오랜 관심을 보여온 인물로, 지난 201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초청으로 첫 국빈 방문을 한 바 있다. 이번 방문으로 트럼프는 두 차례 국빈 방문을 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됐다.

이번 일정에서 트럼프는 17일 윈저성에서 찰스 3세 국왕과 만찬을 함께하고 마차 행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후 18일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그의 시골 관저에서 회담을 가질 계획이다.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찰스 국왕은 내 친구"라며 "우아한 신사이고 나라를 훌륭히 대표한다"고 말했다.

보안은 철저히 유지되고 있으며, 트럼프의 일정은 런던 시내를 피하도록 구성됐다. 이는 17일로 예정된 대규모 반(反)트럼프 시위를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16일 저녁부터 윈저성 인근 거리에서는 수십 명의 시위대가 "파시스트는 환영하지 않는다"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다. 팔레스타인 국기와 캐나다 국기를 든 시위자들도 눈에 띄었다.

16일 영국 윈저성 외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한 시위자가 '반역자, 증오자는 독재자가 된다'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2025.09.16.ⓒ AFP=뉴스1

시위에 참여한 한 32세 마케팅 전문가는 "너무 실망스럽다. 너무 화가 난다"며 "트럼프는 영국의 극우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 이는 엄청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국빈 방문은 미·영 전투기의 합동 비행과 역대 최대 규모의 의장대 등 전례 없는 규모로 진행된다. 이는 영국 정부가 왕실의 '소프트 파워'를 활용해 트럼프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고 AFP는 보았다. 영국은 미국의 광범위한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협상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트럼프와 스타머 총리 모두에게 정치적 의미가 크다. 영국 외교정책그룹의 에비 애스피널은 "트럼프에게는 화려한 의전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기회이고, 스타머에게는 국내 문제에서 시선을 돌릴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스타머 총리는 최근 당내 갈등과 피터 맨델슨 전 주미대사 논란으로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다. 맨델슨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으로 논란이 돼 결국 해임됐다. 트럼프 역시 엡스타인과의 연관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시위대는 윈저성 벽면에 두 사람의 이미지를 투사하며 항의했다.

그럼에도 영국 총리실은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간 "깨지지 않는 우정"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며, 원자력 및 기술 분야에서 100억 파운드(약 18조 8300억 원) 규모의 협약이 체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