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남 일 같지 않은' 조지아의 전략적 딜레마
2008년 우크라이나와 함께 나토 가입 약속한 뒤 치른 조지아 전쟁…영토 20% 사실상 러 장악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일 현재 4주째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누구보다 '남 일 같지 않은' 나라가 있다. 우크라이나와 함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추진하다 14년 전 먼저 전쟁을 겪은 조지아 얘기다.
조지아는 유럽 대륙 동남쪽 끝에 위치한 인구 370만 명 규모의 작은 산악 국가다. 우크라이나 등 여타 주변국처럼 소련 붕괴 직후 독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적인 성격을 '옛 소련국내 서방 영향력 강화로 발생한 러시아와의 직접적인 세력 충돌'로 정의한다면, 이의 전초전은 14년 전 조지아에서 먼저 있었다.
조지아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가입을 약속받았다.
그해 8월 조지아 정부가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러 접경 미승인국 남오세티아를 공격하면서 '남오세티아 전쟁'이 일어났고, 이 지역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해온 러시아가 군대를 보내면서 '조지아 전쟁'으로 확대됐다.
전쟁은 또 다른 러 접경지이자 분리주의 지역인 압하지아까지 확대, 결국 두 지역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 세력이 조지아군을 물리치면서 조지아는 세 동강이 났다.
이 때부터 러시아는 남오세티아와 압하지아를 '보호'하고 있다. 지난 14년간 조지아 영토의 약 5분의 1을 사실상 지배해온 셈이다.
조지아 전쟁으로부터 정확히 6년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친러 주민이 많은 크름(크림반도)을 무력 점령한 상황에서 국민투표를 열고 찬성 우세로 크름을 병합했다.
이후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 '갈등의 씨앗'을 심어둔 뒤 다시 8년 만에 이 갈등을 빌미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와 '다른 듯 닮은' 상황으로 인해 조지아 정부는 이번 전쟁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숨죽이고 있다.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강경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다가, 지난 3일 유럽연합(EU) 가입 신청서만 낸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조지아의 처지를 들어 "러시아 국경을 따라 위치해 있으면서 서방의 영향력을 사이에 둔 포스트 소련 국가 정부에 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략적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아 집권당 '조지아의 꿈' 소속 지오르지 켈라슈빌리 의원은 NYT에 "우리는 화산 옆에 살고 있다"며 "그 화산이 방금 폭발했고, 용암이 반대편 산에서 흘러내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남오세티아에 거주하다 러 장악 후 이주했다는 농부 티나 마르기슈빌리(57)는 "우크라이나를 보며 2008년을 떠올린다"면서 "조지아는 러시아를 제재하고 그들의 수출을 보이콧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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