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왜 우크라이나에 집착할까

나토 '동진'에 위협 느낀 푸틴…필사적으로 우크라 나토 가입 막아
'민스크 평화' '노드스트림2'도 러·우 갈등 배경

ⓒ AFP=뉴스1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있는 자칭 두 동화국을 독립국으로 인정했다. 또한 돈바스 지역의 유혈 사태를 진화하기 위한 '평화 유지 목적'을 내세우며 해당 지역으로의 러시아군 이동을 명령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사태' 긴장이 극에 치닫고 있다.

서방 국가는 푸틴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민스크 평화 협정'을 깨뜨렸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러시아에 제재를 하겠다고 피력했다. 미국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에 투자 및 무역 금지 등의 제재를 가했고 프랑스와 영국 등 서방 국가들도 미국과 합의를 통해 추가 제재에 나섰다.

CNN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 즉 '우크라이나 사태'의 발단부터 최근 두 나라가 국경을 두고 갈등을 빚게 되는 이유 등에 대해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의 본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속 친러시아와 친서방 간의 견해 차이에서부터 시작된다.

우크라 사태의 시초…나토의 '동진'vs푸틴의 '하나의 소련'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해체에 따라 독립국가가 됐다. 소련이 붕괴된 후 나토는 동진하면서 공산주의 세력권에 있던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을 받아들였는데 2004년에는 발트 3국인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나토 회원국으로 들였다. 4년 후인 2008년에는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를 나토에 가입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과거 소련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 목표인 푸틴의 눈에 실존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다른 국가'가 아닌 '하나의 소련' 안에 러시아와 함께 묶인 나라로 봤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곧 그에게는 '적대 행위'로 간주됐다.

그는 이후 인터뷰와 연설을 통해 '하나의 소련'을 강조하듯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언어와 정치적으로 묶여있다는 자신의 견해를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해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을 '하나의 민족'으로 묘사하면서 역사를 공유해왔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푸틴과 견해를 같이했지만 주로 우크라이나어를 사용하는 서부 쪽 사람들은 유럽과의 통합을 지지했다.

나토의 동진이 푸틴 정부의 생각과 충돌했고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나토 가입'에 대한 견해가 갈리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발생한 견해 차이는 결국 정부에 대한 대대적 시위로까지 번졌다. 당시에는 친러시아 성향을 띄는 빅토리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었는데 친유럽 지향적인 시민들은 그의 친러 정책에 강렬히 반대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시위가 일어났고 정부의 강경 진압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들은 정권을 몰아내고 새로운 친서방 정권을 수립했다. 이 과정에서 친서방 정권에 반대하는 크림 반도와 동부 친러계 주민들은 분리독립을 주장했고 이에 따라 '돈바스 지역 전쟁', 즉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러시아는 이 과정에서 크림 반도를 병합하고 동부지역에서 분리주의 반란을 일으켜 돈바스 지역의 일부를 사실상 장악했다. 2015년 '민스크 평화 협정'에 따라 휴전 합의를 했는데도 양측은 안정된 평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 대치된 전선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돈바스 지역 교전으로 인해 지금까지 8년간 약 1만5000여명이 사망했다.

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속 에스토니아 라크베레에서 에스토니아 군이 나토 훈련에 참가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푸틴이 원하는 건 '서방의 위협' 제거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동진을 곧 러시아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만약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면서 나토에 가입할 시 러시아는 '고립 위기론'에 빠지게 된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과 옛 바르샤바조약기구(WARCA) 국가에서 나토의 미사일을 제거할 것을 서방에 요구하고 있다. 즉 러시아 입장에서의 '서방의 위협' 가능성을 최대한 제거하겠다는 의도다.

CNN은 푸틴이 이 요구에 대한 긴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들에 따르면 푸틴의 요구는 단순하다. 이는 지난해 말 그가 한 기자회견을 통해 드러났는데 그는 당시 "우리에게 보장을 해줘야 하는 쪽은 바로 서방"이라며 "이들이 지금 당장 그것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 국경 근처에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미사일을 들고 우리 본국에 와서 이미 우리 문앞에 서 있는 것이 미국인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푸틴의 요구와 관련해 서방과 러시아의 고위급 회담은 별다른 돌파구 없이 지난 1월 마무리됐다. 교착상태에 빠지자 유럽 정상들은 프랑스, 독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사이에 설립된 협상 채널(노르망디 형식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이 또한 뚜렷한 입장 차로 인해 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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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스크 평화 협정' '노드스트림2'도 러·우 갈등 배경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더욱 격화되는 배경에는 2015년 체결된 평화 협정의 핵심 요소를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 존재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민스크의 협정의 단 한 가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피력한 바 있고 일각에선 이 협정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치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밖에 젤렌스키 정부는 나토와의 긴밀한 관계 추진에 러시아가 간섭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와 가까워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관련 논의에 대해 발언권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에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을 독일과 직접 연결하는 '노드스트림2' 파이프라인도 연관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전역에 있는 송유관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한 방어의 하나로 보고 있는데 노드스트림2는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15년 미국과 영국, 우크라이나 및 다수 유럽연합(EU) 회원국은 노드스트림2 프로젝트 발표 당시부터 유럽 에너지 수급 관련 지나친 대러 의존도 증가를 우려해 반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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