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극우파, '아동포르노' 규정 美작가 전시회 '오줌테러'

"이것이 모든 러시아인의 자세여야"

친 러시아 정부 성향의 활동가 20여명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뤼미에르 형제 갤러리'에서 미국 사진가의 전시회를 '아동 포르노'로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러시아 친정부 성향의 극우활동가들이 25일(현지시간) 정부가 '아동 포르노'로 규정한 미국 사진가의 전시회에 강력하게 반대하면서 전시회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러시아 문화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작품 위에 오줌을 붓기까지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성년자와 그 가족들의 누드 사진을 찍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사진가 '적 스터지스'는 7일부터 크렘린궁 인근인 뤼미에르 형제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적 스터지스: 수치 부재'로 명명된 전시회는 24일 갑작스레 러시아 정부로부터 아동 포르노로 규정되며 규탄의 대상이 됐다.

러시아 의회의 가족여성아동 사무위원회 위원장인 옐레나 미줄리나 의원(정의러시아)은 성명을 통해 이것이 "아동 포르노를 재료로 한 공공 전시"라면서 "긴급하게 종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직속인 아동인권 담당 특사 안나 쿠츠네소바도 그로부터 몇시간 뒤 이 전시회가 "아동 포르노"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미국 사진가 '적 스터지스'의 작품. (출처 : 아트시) ⓒ News1

다음날 전시회장엔 약 20명의 친 정부 활동가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유니폼 재킷을 걸치고 얼굴엔 위장 크림을 바르고 있었으며 자신들을 군 출신 10만명 이상의 회원을 둔 애국주의적 단체 '러시아의 장교들'(Officers of Russia)라고 소개했다.

단체 대표인 안톤 츠베코프는 이번 전시회가 오로지 절반만 벌거벗은 아이들의 사진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회장 입구에 서서 전시회 지지자들에게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쳤다.

티모페이 벤다스(20)는 이 전시회가 "더럽고 사악하며 역겹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의 격렬한 반대에 예두아르트 리트빈스키 소장은 기자들을 불러들인 뒤 "전시회를 닫기로 결정했다"며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중들의 반응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죽 재킷을 입은 친 정부 활동가들의 분노는 발표에도 그치지 않았다. 자신을 '알렉산더'라는 이름으로만 소개한 한 남성은 오줌이 든 플라스틱 병을 작품들 위에 뿌려 버렸다.

알렉산더는 "이것이 모든 러시아인들의 자세여야 한다. 우리의 문화는 러시아의 문화여야 한다. 우리에게 유럽 문화는 필요치 않다"고 소리쳤다.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알렉산더가 경찰에 연행됐다고 보도했지만 경찰은 해당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