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 혹은 불만"…인구 따라 다른 유럽의 난민 셈법
인구증가·경제동력 절실한 독일·스웨덴 난민 수용에 적극
인구 늘은 프랑스 '신중'…영국 '마지못해' 2만 수용
서유럽행 '통로'된 헝가리 등 동유럽 인구 급감에도 反이민정책
- 이준규 기자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전례없는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유럽 전역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표정은 나라별로 다르다.
일부 나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반면 다른 나라들은 대체 왜 받아들여야하는지 모르겠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주말 독일 남부 뮌헨에서는 주민들이 '난민을 환영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시리아 난민들을 환영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다마스쿠스 출신이라고 밝힌 알라리에(37)는 "우리를 환영해 주는 나라는 독일밖에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 중 대다수는 헝가리를 통해 오스트리아로 이동했다가 독일로 들어왔다.
헝가리도 오스트리아도 모두 유럽연합(EU)에 속한 나라인데 난민들에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나라마다 난민들에 대한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 독일·스웨덴 "경제동력 될 것"…적극 수용
난민을 가장 환영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스웨덴이이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가장 두드러진 것 중 하나는 바로 인구감소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유럽의 인구 증감 상황을 살펴보면 독일은 베를린과 뮌헨, 함부르크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인구 감소세를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7일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일들은 수년 내에 독일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긍정적인 변화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언급한 변화는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난민 유입을 뜻한다.
인구변화 추이로 보면 독일의 앞날은 어둡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8100만명인 독일의 인구는 2060년께 6800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독일의 젊은 층은 이미 얇아졌다.
이같은 독일에게 젊은 인력을 대거 보충할 수 있는 난민 유입은 또 하나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회장인 디터 제체 다임러 AG 이사회 회장은 "난민 대부분은 젋고 교육을 받았으며 동기부여 또한 잘 된다"며 "이들은 우리가 그토록 찾아나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산업 상황은 독일과 조금 다르지만 스웨덴도 난민 수용에 적극적이다.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까지도 이런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중북부 지방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인구 유입이 필요하기도 하다.
다만 독일과 달리 장기적인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아 25~64세의 외국 태생 국민 중 절반 가까이가 실직 상태이다.
독일은 사전지식 없이도 견습생활을 통해 기술을 배우면 되는 기술직종의 일자리가 많지만 스웨덴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려면 유럽에서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스웨덴어도 능숙하게 해야 한다.
스웨덴 산업경제연구소의 티노 사난다지 이코노미스트는 알자지라를 통해 "스웨덴에는 더 이상 저숙련 노동자를 위한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민자 유입으로 인구 증가…프랑스 '신중', 영국 '떨떠름'
유럽의 몇 안 되는 인구 증가국인 프랑스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적 전통에 따라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난민수를 EU로부터 할당받았지만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최근 "모든 시민은 평등하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난민이나 이민자 추스르기에 나섰지만 많은 난민들은 불공평함을 느끼고 있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이민자 2세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각종 사회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그간 이들의 인종이나 종교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수집하고 있지 않아 차별하고 있다는 비난을 이민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최근에는 풍자주간지 샤를리엡도 테러, 유대인 상점 테러 등 민족 간 갈등 또한 심해지고 있어 점차 난민 수용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프랑스와 함께 외국인 유입으로 인구가 늘어난 영국이지만 난민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영국은 이 같은 이민 유입세로 인해 2060년께 가장 인구가 많은 EU 회원국이 될 전망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EU의 망명정책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최근 터키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전 세계인들의 공분을 산 시리아 세 살배기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 이후 2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해 체면치레는 한 모습이다.
◇동유럽, 최악의 인구난에도 "무슬림 통과 금지"…향후 경제위기 우려
동유럽국가들은 거의 전역이 붉은색에 가까울 정도로 심한 인구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난민 수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특히 서유럽으로 가는 관문으로 전락한 헝가리는 세르비아와 맞닿은 남부 국경 175㎞에 걸쳐 3중 철조망을 설치하는 적극적인 반(反)난민 정책을 펼쳤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난민유입이 유럽의 기독교적 복지국가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면서 기독교 난민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유럽으로 향하고 있는 난민 대다수가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분쟁지역 출신 무슬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난민을 받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헝가리는 2030년까지 현재보다 인구가 5.8%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럽에서 인구 감소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이다.
이 같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이웃나라인 슬로바키아와 에스토니아, 불가리아에서도 빠르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들도 헝가리와 마찬가지로 무슬림 난민 유입을 제한하고 있다.
젊은층의 유입이 반드시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들 동유럽 국가들은 훗날 지금과 같은 정책을 멈추고 적극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미 많은 난민들은 동유럽이 과거에 자신들에게 어떤 일을 했는지를 기억하고 있다는 점, 자신들이 난민들에게 그렇게 매력적인 국가가 아니었다는 점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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