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친서방 행보' 아르메니아서 자국 대사 소환…"협의 목적"

美·EU와 협력 노선에 보복성 조치 강화…푸틴 "두 체제 양립 불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3년 12월 26일 (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CIS 정상 회의 중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와 차르스코예 셀로 박물관의 예카테리나 궁을 방문하고 있다. 2023.12.26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러시아가 30일(현지시간) 옛 소련 국가 아르메니아가 친서방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과 관련해 "협의"(consultations)를 위해 주아르메니아 대사를 소환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세르게이 코피르킨 주아르메니아 러시아 대사는 아르메니아 지도부가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취한 조치들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내 협력을 저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협의를 위해 모스크바로 소환됐다"고 밝혔다.

전날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르메니아가 EU와 EAEU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며 "두 체제를 양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산 과일·채소류 수입을 제한하는 한편, 석유·가스 공급까지 끊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보복성 경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아르메니아는 자국 영토에 러시아 군사기지를 두고 있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옛 소련 국가들의 군사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는 물론 옛 소련권 경제협력체인 EAEU에도 참여하는 등 군사, 경제적으로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아르메니아는 지난 2023년 인접국 아제르바이잔과의 영토 분쟁 과정에서 러시아가 지원 요청을 거부한 뒤 EU·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 강화에 나섰다.

지난 26일 아르메니아는 미국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번 협정에는 원자력 분야 및 주요 광물 관련 협력, 아르메니아 남부를 가로지르는 교통·물류 회랑(TRIPP) 건설 추진 등이 포함됐다.

아르메니아 의회는 지난해 3월 EU 가입 절차 개시에 관한 법률을 채택하고 EU행을 서두르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다음 달 7일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가 이끄는 여당이 친러시아 성향의 야당을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시냔 총리는 지난 27일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과 한 면담에서 아르메니아가 EU에 머물지, EAEU에 머물지는 자신이 아니라 국민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나의 과제는 여러분들이 여러 대안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