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의회 울린 '총성'…의원 'ICC 체포영장' 집행 중 충돌

두테르테 '마약 전쟁' 주도한 의원 은신

13일(현지시간) 위장복을 입은 군인들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마약 전쟁을 주도했던 로널드 델라 로사 상원의원이 은신한 필리핀 상원 건물로 진입하고 있다. 2026.05.1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정환 기자 = 필리핀 정치인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집행을 피해 몸을 숨긴 상원 건물에서 13일(현지시간) 총격이 발생했다.

로이터·AFP통신, 필리핀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46분쯤 필리핀 상원 2층 복도에서 3분간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내부 인원들이 혼란에 빠져 대피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이 다쳤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정부의 소행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며 "이 충돌이 정국 불안 조성을 위한 계획의 일부였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마크 란드루 멘도사 상원 사무총장은 법무부 국립수사국(NBI)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상원 진입을 시도했으며, 후퇴하는 과정에서 총을 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멜빈 마티박 NBI 국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철수 상태였다"고 부인했다.

로널드 델라 로사(64) 상원의원 ⓒ AFP=뉴스1

이번 총격 사건은 필리핀 당국이 로널드 델라 로사(64) 상원의원에 대한 ICC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델라 로사 의원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 재임 시기 경찰청장을 지내며 마약 범죄 용의자를 초법적으로 살해한 '마약과의 전쟁' 정책을 주도했다. ICC는 델라 로사 의원을 마약 범죄 용의자 32명을 살해한 반인도적 범죄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했다.

델라 로사 의원은 지난해 11월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지난 11일 ICC의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확인한 뒤 상원 건물에서 영장을 집행하려던 필리핀 정부와 대치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여러분께 호소한다, 저를 도와주시길 바란다. 또 다른 필리핀인이 헤이그로 끌려가게 두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장악한 필리핀 상원은 델라 로사에게 보호를 제공하고 있다.

델라 로사는 필리핀이 더 이상 ICC 설립의 국제법적 근거인 로마조약 비준국이 아니기 때문에 ICC 인도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ICC는 특정 국가가 회원국이었을 당시 저질러진 범죄는 관할권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델라 로사의 상관이었던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체포돼 네덜란드 헤이그로 압송된 상태다. 그는 ICC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jw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