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 넘어 혐오감까지…축구협회 어디까지 추락할까?
심판 성매수 일파만파…JFA는 관련자 조사 착수
졸속 사과문 여론 악화…할일 못하고 수습 급급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지난주부터 한국 축구계는 스포츠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 접대·심판 매수'라는 어처구니없는 단어와 함께 하고 있다.
진선미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과 2012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 그리고 친선경기 등 총 7경기에서 외국인 심판 10여 명에게 '성 접대'를 했다. "경기를 잘 봐달라"는 의도가 다분하다.
협회는 서울과 창원, 울산 등에서 안마 업소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는데 2012년 2월 쿠웨이트와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2011년 9월 오만과 2012 런던 올림픽 예선, 2012년 3월 카타르와 런던 올림픽 예선 일정과 맞물린다. 해당 7경기에서 한국은 5승2무를 거뒀다. 객관적으로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아닌데 선수들의 실력과 노력이 빛바래졌다.
보도 후 축구협회는 "15년 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현재는 높아진 사회적 기준에 맞춰 더욱 철저한 내부 관리 지침을 마련해 준수하고 있다"면서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철저한 내부통제와 관리 감독을 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클린카드를 적용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고 전 세계의 비난까지 쏟아졌다.
일본 매체 '주니치 스포츠'는 "겉으로 드러난 2010년대 사례뿐 아니라 그 이전부터 늘 이런 일을 해 온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습관이라고 의심받아도 어쩔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표현 그대로, 그런 시선을 받아도 할 말 없다.
파장이 커지자 축구협회는 토요일인 8일 오전 갑자기 성명을 발표했는데 '반성문' 내용이 또 도마에 올랐다.
협회는 "국회 청문회에 이어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과 다수의 내부 구성원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에 대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협회와 관련된 각종 사안으로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대부분 몰랐어도 답답하고, 아는 이들만 쉬쉬했어도 문제고, '십수 년 전의 일을 왜 지금'이라는 뉘앙스가 담겼어도 심각하다. 일본의 빠르고 차가운 접근과도 차이가 있다.
9일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KFA가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에 대해 성 접대를 했다는 국내 보도 이후 JFA는 해당 일본인 심판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교도통신은 "당시 일본인 심판 4명 중 2명이 KFA의 성 접대를 받았다는 내용이 한국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고 했다. 거론된 심판 대부분이 은퇴했으나 일부 심판은 현재 JFA에서 J리그 심판을 관리하는 고위직에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됨에도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과연 우리였다면, 대한축구협회였다면 어땠을까 물음표가 붙는다.
민낯이 드러나면서 이제 축구협회는 '무능한 집단'을 넘어 '혐오감을 주는 조직'이라는 잔인한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부끄러움을 떠넘겨 받은 남아 있는 자들은 해야 할 것도 많으니 한숨이 더 깊다.
당장 축구협회장을 새로 뽑아야하고 남자 A대표팀 사령탑도 다시 선임해야한다. 리더는 없는데 당장 9월말부터 10월초까지 국내에서 A매치 4연전을 치러야한다.
과거 "붉은 유니폼만 입고 뛰면 흥행은 떼놓은 당상"이라던 축구대표팀 경기지만 이젠 빈자리를 걱정해야하는 수준이다. 최근 추락한 이미지를 생각하면 이번 4연전은 더 우려스럽다. 당연히 가장 힘이 빠지는 이들은 선수들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입단한 한국 축구 에이스 이강인은 9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친선경기 후 "요즘 한국 축구가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선수들은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어서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면서 "나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너무 안 좋게만 봐주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좋은 울타리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 축구계 선배들과 축구협회의 몫인데, 선수들이 판을 걱정하고 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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