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고집'에서 '벤버지'로 끝난 벤투호의 4년…긴 호흡 필요하다
축구대표팀 새로운 사령탑 선임 작업 돌입
'월드컵 후 월드컵'까지 4년 유지 벤투 뿐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2026 북중미 월드컵 실패와 함께 한국 축구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13년 5개월 만에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한국 축구를 이끌던 두 리더가 자의 반 타의 반 자리에서 물러나며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대표팀 신임 사령탑 자리는 벌써부터 많은 루머가 떠돌고 있다. 대부분 소문이고 거짓 정보도 있으나 물밑 움직임이 시작된 것도 사실이다. 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이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물론 아직 '공식 접수'는 아니다.
차기 감독 선임을 위해 전력강화위원회가 첫 회의를 진행한 것이 지난 3일이다. 그리고 정몽규 회장이 공식 사퇴한 것이 6일이다. 순서상 축구협회장이 선출돼야 대표팀 감독을 뽑을 수 있으니 지금은 너무 빠르다. 하지만 이미 작업은 시작됐다.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도 아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는 감독들 자리 이동이 가장 활발하게 펼쳐지는 시간이다. 북중미 월드컵 역시 중후반을 넘어가면서 이미 사퇴 혹은 경질된 감독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 사령탑이 없어진 국가는 새 지도자를 찾아야하고, 현재 직장이 없거나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감독도 눈치 게임을 펼치는 때다.
벤투 뿐 아니라 국내 명망 있는 지도자들도 차기 국대 감독 후보로 오르내리고 있다. 정신없이 바쁠 축구협회지만, 전력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신중하면서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좋은 지도자를 품을 수 있다. 그래야 우리도 '긴 호흡'으로 대표팀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새로운 지도자가 팀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러나 '파리목숨' '모기목숨'까지 비유되는 감독에게 '시간'은 사치이기도 하다. 그래도 궁극적으로 좋은 축구와 좋은 결과물을 원한다면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좋은 예가 '4년 4개월'을 보장 받았던 벤투 감독이다.
벤투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2018년 8월 한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팀을 이끌었다. 한국 축구사를 통틀어 '월드컵 이후 다음 월드컵'까지 4년의 시간을 온전히 보장 받아 본선에 나선 지도자는 벤투 뿐이다. 처음에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부임 직후부터 소위 '빌드업 축구'를 팀에 적용시키려할 때 수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이 '한국 축구와 맞지 않는 옷'이라거나 '우리 선수들에게는 시기상조 축구'라며 극구 반대했다. 빨리 경질해야한다는 이들도 많았다.
2019년 초 아시안컵 8강에서 중도하차했을 때도 소신을 꺾지 않자 '벤고집'이라 질타했고 월드컵이 가까워지던 2021년 3월 한일전에서 0-3으로 크게 패했을 때는 정몽규 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했을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축구협회와 벤투호는 방향을 고수했는데, 결국 마무리는 해피엔딩이었다.
벤투호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이라는 강호를 상대로 '우리 축구'로 경쟁력을 보이며 원정 대회 2번째 16강 진출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비록 토너먼트 첫 판에서 브라질에 1-4로 대패한 것은 아쉬움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대회로 남았고 벤투는 한국을 떠날 때 '벤버지(벤투+아버지)'로 불렸다.
벤투호 성공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팀이 완성도를 갖출 때까지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도 중요한 배경이다. 벤투 부임 전에는 울리 슈틸리케와 신태용 감독을 4년을 나눠 썼고 이후 4년 동안에는 클린스만을 시작으로 황선홍(임시), 김도훈(임시), 홍명보 감독까지 4명의 지도자가 바뀌었다. 교체로 인해 허비된 시간도 많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좋은 지도자를 잘 선택해 차근차근 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웃 일본이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8년 동행하며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는 것도 부러운 대목이다.
일단 오는 9월 말부터 10월까지 약 3주간 진행될 A매치 4연전까지는 정식 감독 선임이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이후 11월 A매치 기간과 내년 1월 아시안컵부터는 'OOO호'의 안정적 항해가 필요하다. 감독이 자주 바뀌어 팀의 색깔과 철학이 번번이 달라지면 선수들도 적응하기 어렵다.
우리도 이제 긴 호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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