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업 축구+팀 중시' 누구와 닮은 듯…제주 코스타 감독의 홀로서기
벤투 사단 수석코치…제주SK 감독으로 첫 출발
특정 선수 언급 피하는 등 인터뷰 스타일도 벤투 연상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을 이끌던 '벤투 사단'의 일원이었던 세르지우 코스타 코치가 K리그1 제주SK 감독으로 첫 홀로서기에 나서면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제주는 지난 24일 세르지우 코스타 전 국가대표팀 코치를 구단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축구대표팀 수석코치로 벤투 감독을 보좌,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코스타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 20년 만에 처음으로 사령탑으로 새 도전에 나선다. 그 무대는 공교롭게도 그가 벤투 감독과 함께 대성공을 거뒀던 한국이다.
'벤투호 한국'이 빌드업 축구로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에, 벤투를 '뮤즈'로 삼고 있는 그의 오랜 친구 코스타 감독이 어떤 축구를 펼칠지 벌써부터 관심이 높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일단 코스타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큰 그림과 추구하는 성향은 벤투 감독의 그것과 비슷했다.
코스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제주에서 어떤 축구를 펼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주도적인 경기를 통해 팬들이 흥분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이겠다. 포지셔닝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고 상대를 압도하겠다"고 했다.
이는 팀 밸런스를 중시하며 후방 밸런스를 통해 주도권을 잡았던 벤투 축구의 특징과 맥을 같이 한다.
벤투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한 만큼, 그는 벤투 감독의 영향을 받았음도 딱히 부인하지 않았다.
코스타 감독은 "벤투 감독의 DNA가 내게도 있다. 그래서 벤투 감독이 했던 것과 비슷한 경기를 할 수도 있다"면서 "규율, 조직, 야망 세 가지 포인트에 포커스를 맞춰서 강한 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축구적 접근뿐 아니라, 선수단 운영의 철학도 비슷한 점이 엿보인다.
그는 제주 부임을 앞두고 이미 올해 제주의 장단점에 대한 분석을 마쳤는데, 눈여겨본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 선수에 대한 발언은 자제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 구성원 모두가 출신에 상관없이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는 견해를 냈다.
이 역시 벤투 감독과 오랜 시간 함께하며 공유된 철학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도 한국 대표팀 부임 시절 특정 선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손흥민이 골을 넣어도 팀의 성과라고 거듭 강조했고, 이강인의 발탁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도 개인 선수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철학을 굳건히 유지했다.
이를 통해 선수단이 개인이 아닌 팀으로 뭉치는 것을 유도했다.
또한 코스타 감독은 "선수단 전체가 과정을 중시하고, 과정을 믿게 하는 팀 문화를 만들겠다. 짧은 길을 택하지 않겠다"고 철학도 밝혔는데, 이 역시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월드컵 16강이라는 성과를 냈던 벤투 감독이 걸은 길과 같다.
벤투 감독은 후방 빌드업과 점유율을 강조하며 팀을 만들어 나갔는데, 초반에는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우직하게 시간을 들여 자신의 축구를 완성했다.
다만 코스타 감독이 벤투 감독과 비슷하다고 해서, 똑같은 결과를 장담하기는 이르다.
우선 코치와는 또 다른 영역인 감독으로서의 첫 도전이다. 또한 한국대표팀에서와 달리 프로팀에서는 시행착오를 마냥 기다려주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코스타 감독은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의심할 것이었다면 제주에 오지 않았다. 그냥 벤투 감독을 계속 보좌하거나 가족과 함께 집에 있는 게 훨씬 편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벤투 감독과 닮아 더 흥미로운 그의 새로운 도전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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