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만 관중 시대' 연 포항…선수와 팬이 일궈낸 '명가'의 자부심
2025시즌 홈평균 1만명…유료 관중 집계 이래 최초
인구 48만 소도시 한계 극복…4위 ACL 출전권 획득
-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포항 스틸러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K)리그 보다 10년 먼저 탄생한 포항. 포항 서포터스들이 경기마다 내거는 '족보 없는 축구는 가라'의 뜻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 할 것"이라는 자부심 가득한 설명이 적혀 있다. 포항은 1973년 창단했고 한국 프로축구리그는 1983년 출범했다.
1990년 개장한 국내 최초의 축구전용구장 포항 스틸야드에 들어서면 '축구 기운'이 팍팍 느껴지고 2000년 문을 연 송라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 구단의 앞선 시간을 수놓은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사진이 후배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이회택 감독을 비롯해 박경훈, 이흥실, 최순호, 공문배, 박태하, 황선홍, 홍명보, 라데, 김기동, 이동국 등 한국 축구사를 빛낸 별들이 수두룩하고 그들과 함께 AFC챔피언스리그 우승 3회, K리그 우승 5회, FA컵 우승 4회를 차지한 구단이다. 이런 팀을 우리는 '명문'이라 칭한다.
그저 역사가 깊다고 달 수 있는 수식어가 아니다. 구단의 확실한 철학이 있어야하고 일관된 방향성 아래 단단한 시스템이 구축돼야하며 그렇게 쌓여진 토대 위에서 언제 어느 때고 그들만의 축구가 펼쳐질 수 있어야 한다. 늘 우승할 수는 없겠으나, 어지간하면 휘청거리지 않는다. 뿌리가 깊은 까닭이다.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은 K리그 팀은 단 4개 클럽에 불과하다. 최다 우승에 빛나는 전북현대를 비롯해 FC서울, 울산 HD 그리고 포항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2018)과 전북(2024)이 강등 직전까지 추락한 적 있고 울산 역시 올해 순위표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포항의 한결 같음은 독보적이기까지 하다. 포항은 올해도 정규리그 4위로 시즌을 마무리, 다음 시즌 아시아클럽대항전 티켓을 확보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황선홍 감독은 "대전은 앞으로 더 발전하고, 더 큰 꿈을 꿔야하는 팀이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 '팀 문화'다.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잘 다져야한다는 뜻"이라고 말하면서 "포항이나 울산 같은 명문 구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포항 출신 레전드의 '팔이 안으로 굽은' 견해라고 삐딱하게 볼 것도 아니다. 커리어 내내 국내에서는 FC서울에서만 활약하다 올해 전격 포항 이적을 택해 K리그에 큰 파장을 일으킨 기성용도 '포항만의 특별함'을 언급했다.
기성용은 "처음 이적했을 때, 사람이다 보니 마음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포항만의 환경이 내 마음을 다잡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면서 "어떤 팀이 어떤 팀보다 좋고 나쁘다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포항은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그것이 포항의 문화이고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팬들의 자부심과 애정 또한 둘째가라면 서럽다. 포항 팬들은 올해 '홈 경기 평균 1만 관중'이라는 의미 있는 이정표를 '강철 전사'들에게 선물했다.
구단에 따르면 포항은 2025시즌 홈경기 평균 1만248명 관중을 기록했다. 총 좌석수의 71.8%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포항이 '평균 1만 관중'을 돌파한 것은 2018년 K리그가 유료 관중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포항 구단은 "포항시 인구는 2025년 10월 기준 48만8963명이다. 올 시즌 달성한 '평균 1만 관중'은 소도시 연고 구단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과"라며 "인구 대비 높은 관중 비율로 '축구도시 포항’의 면모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구단도 자부심을 가질만한, 충성심 높은 팬들을 보유했다.
포항 관계자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좋은 경기를 보고 좋은 경험을 쌓기 위함"이라며 "구단은 팬들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 지속적으로 경기장 환경을 개선해 왔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포항이 진정한 축구도시로서 팬들과 함께 성장하도록 계속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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