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에 목마른 한국축구, 사령탑 데뷔 앞둔 이들을 주목하라
2002 스타 출신 김남일·설기현, U-20월드컵 준우승 이끈 정정용 등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한국 축구의 약점 중 하나는 '지도자 층'이 두껍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한 농부나 낚시꾼(선수들)도 부족하지만 그들에게 농사짓는 법이나 고기 낚는 법을 전수해 줄 스승(감독)도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 축구의 큰 문제다.
A대표팀 수석코치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며 2015년 AFC 아시안컵에 나섰던 신태용 감독(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이 이후 2016 리우 올림픽 대표팀도 맡고 2017 U-20 월드컵 사령탑도 됐다가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출전했다는 것은 사실 '웃픈' 일이다. 신 감독의 능력이 출중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나 그만큼 자원이 많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2020년 K리그는 주목을 요한다. 지도자에 목마른 한국 축구에 단비가 되어줄 수도 있는 새내기 지도자들이 꽤 많다. 이들이 특별한 리더십을 보여준다면 각자의 소속팀은 물론 한국 축구 발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이들은 역시 2002 한일 월드컵 때 전 국민을 열광시켰던 4강 신화 주역들의 감독 데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성남FC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진공청소기' 김남일 감독과 경남FC의 지휘봉을 잡은 '스나이퍼' 설기현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2017년 장쑤 쑤닝 코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대표팀 코치, 2019년 전남 드래곤즈 코치 등으로 경험을 축적한 김남일 감독은 일찌감치 '차세대 지도자'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장쑤 쑤닝 시절 김남일 코치를 옆에 뒀던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당시 "김 코치에게는 지도자에게 꼭 필요한 DNA가 있다"는 조용한 칭찬을 전한 바 있다.
물론 우려도 있다. 어떤 지도자에게든 초행길은 시행착오가 따를 수밖에 없는데 단숨에 1부리그에 도전한다는 점을 걱정하는 이들이 적잖다. 하지만 김남일 감독은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는 시즌이 끝난 뒤에 결과를 놓고 받겠다. 자신이 없었다면 거절했을 것이다. 자신이 있었기에 성남FC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말로 당당한 각오를 피력한 바 있다.
현역 시절 김남일 감독과 특별한 친분을 유지했던 설기현 감독도 생각지 못한 추락과 함께 2부리그로 강등된 경남FC에서 도전에 나선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선수들을 지도한 바 있으나 프로팀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9년생으로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이동국과 동갑내기인 설기현 감독은 아산 박동혁 감독과 함께 1, 2부리그 감독을 통틀어 최연소다. 역시 '경험'에 대한 불안 시선이 있으나 '깨어있는 소통'이 가능한 장점으로 만든다는 포부다.
설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지도자 경험은 적지만 선수로서는 누구보다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자부한다"면서 "유럽에서 선수로 뛸 때도 훗날 감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무조건 주입시키기보다는 전술을 이해시키고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선수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내가 유럽에서 쌓은 경험이 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김남일, 설기현 두 감독이 현역 시절부터 화려했다면, 선수로서는 '흙수저'의 길을 걸었으나 지도자로서는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는 정정용 감독의 프로 데뷔도 주목을 요한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10년 동안 지내며 유소년 축구 발전에 기여했으나 사실 정정용 감독은 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도자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이후 인지도가 확 달라졌다.
2019년 폴란드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대이변을 이끌면서 일약 스타 지도자로 발돋움했다. '막내 형' 이강인의 눈부신 활약만큼 정정용 감독의 지도력이 큰 이슈가 됐는데, 이제 그 특별함을 서울 이랜드에서 발휘할 예정이다. 프로는 처음이고 또 청소년이 아닌 성인을 지도한 경험도 적으나 워낙 합리적인 지도자라 기대가 적잖다.
이들 뿐만 아니라 수원FC의 지휘봉을 잡은 김도균 감독과 안산 그리너스를 이끌게 되는 김길식 감독 역시 2020시즌을 통해 데뷔하는 지도자들이다. 당장 소속팀에서 큰 기대를 걸겠으나 한국축구계 전체적으로도 관심을 가질 도전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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