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없는 팀? 모두가 에이스였던 김학범호
백승호 이강인 빠지면서 100% 전력 아니었지만 9회 연속 올림픽 대기록
이동경·이동준·김대원 등 스타 탄생...오세훈 엄원상 경쟁력 보여
- 정재민 기자
(방콕(태국)=뉴스1) 정재민 기자 =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시작은 어려웠지만, '원팀'으로 뭉쳐 아시아의 맹주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22일 오후 10시15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탐마삿 경기장에서 열린 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2-0으로 완승,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한국은 최소 2위를 확보, 결승전 결과에 상관없이 올림픽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번 대회는 상위 3개 팀에게 본선 티켓이 돌아간다. 한국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란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내친김에 2014년부터 시작한 이 대회에서의 첫 우승도 바라보게 됐다.
지난 2018년 3월부터 U-23 대표팀을 맡으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 감독에게 이번 대회는 사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지난해 9월 예정돼 있던 시리아와의 두 차례 친선경기가 시리아 측의 여권 문제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취소되며 국내 훈련으로 대체했다.
이후 10월에 우즈베키스탄을 평가전 상대로 잡아 2연전을 치렀는데 공교롭게도 본선 조별리그에서 함께 C조에 묶이게 되면서 '보일 것은 보여주되 가릴 것은 가려라'라는 어려운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2019 두바이컵' 대회에 참가하면서 실전 경험 부족의 아쉬움을 채웠으나 그래도 김 감독은 여전히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이유는 바로 '유럽파 에이스'들의 부재 때문이었다.
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11월 말 이강인(19·발렌시아)과 백승호(23·다름슈타트), 정우영(21·SC프라이부르크)의 대회 합류를 요청하기 위해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정우영을 제외한 두 선수는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1자리를 비워 놓고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는 등 끝까지 그들의 합류를 바랐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결정이 끝난 뒤에는 모든 선수들을 향해 강한 신뢰를 보냈다. '매 경기가 결승'이라는 슬로건 아래 뭉친 U-23 대표팀은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이 없었다. 매 경기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해 기다렸다는 듯 활약을 펼치며 조별리그 유일한 전승 국가가 됐다. 이후 요르단과 호주까지 잡아내며 5전 전승 파죽지세로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유별난 에이스는 없었지만, 모든 선수가 고루 활약하며 축구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번 대회 김 감독은 '팔색조' 전술을 선보이며 23명의 엔트리 중 21명을 뛰게 하면서도 결과를 얻어냈다.
김 감독은 "나는 선수들을 믿는다. 우리 팀은 선수 뒤에 감독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감독 뒤에 선수들이 있다"며 "그만큼 선수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말로 '믿음의 리더십'을 보였다. 그리고 선수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동경, 이동준, 조규성 등 기존 U-23 대표팀의 주축들은 이번 대회로 국제무대에서도 자신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고 지난해 U-20 월드컵 준우승 신화를 일군 오세훈과 엄원상 역시 형들과의 경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
대회 전부터 김 감독과 선수들은 "우리가 준비한 것만 하면 된다. 올림픽 티켓이 최우선 과제"라며 "2020년 새해를 우리 대표팀이 시작하게 됐다.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믿음의 원팀'으로 실천했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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