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이 되었을 이승우의 35분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잉글랜드와 대한민국의 축구경기에서 이승우가 득점 찬스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7.5.26/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잉글랜드와 대한민국의 축구경기에서 이승우가 득점 찬스를 놓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17.5.26/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수원=뉴스1) 임성일 기자 = 26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된 한국과 잉글랜드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A조 조별예선 3차전 출전 명단에 이승우의 이름은 없었다. 예견된 일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이미 "이승우와 백승호를 선발에서 빼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개막 후 처음으로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시작한 이승우는 전반전 내내 카메라가 자신을 비출 때마다 전광판을 응시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신이 전광판에 잡히면 시선을 돌리게 마련인데 이승우는 화면과 시선을 맞췄다. 뛰고 싶다는 욕망이 전해졌다.

0-0으로 전반전이 끝난 뒤 후반전 시작과 함께 몇몇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였던 이는 또 이승우였다. 이승우는 가장 적극적으로 워밍업에 임하면서 속히 자신을 넣어달라고 무언의 메시지를 신태용 감독에게 보냈다. 한국이 급격히 밀리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후반 11분 잉글랜드 도월의 선제골이 들어갔을 때, 이승우는 물병을 들어 목을 축인 뒤 하승운을 대신해 필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동료들을 향해 박수를 치면서 다시 해보자는 사인을 보냈다. 어쩌면 "내가 또 해줄게"라는 자신감도 엿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이승우는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고 한국도 0-1로 패했다. 그러나 마냥 실패라고 부를 수는 없던 시간이다.

이미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은 이날 새로운 전술을 들고 나왔다. 신태용 감독은 두 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넣고 스리백 좌우에 윙백을 배치하는 3-5-2 전형을 잉글랜드 격파를 위한 맞춤형 카드로 선택했다. 실전은 물론 연습 때도 손발을 맞춰본 적 없다는 포메이션이었다. 일종의 모험수였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둔 25일 오후 "선수들에게 말로는 숙지를 시켰다. 이제 처음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면서 "잘 따라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 워낙 이전까지 팔색조처럼 변했기에 기대는 했으나 어쩔 수 없이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효과는 있었다. 워낙 단단한 전형을 유지하면서 안정되게 경기를 풀어나가던 잉글랜드도 함께 어수선해졌다. 신체조건은 좋으나 스피드가 떨어지고 체력이 다소 부족한 잉글랜드는 한국이 측면을 폭넓게 활용하면서 움직이는 것을 쫓아다니다가 단단한 전형을 스스로 흐트러뜨렸다. 신태용 감독의 노림수 중 하나였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한국의 전술에 적응을 했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수선한 쪽은 한국뿐이었다. 반전이 필요하다고 느낀 신태용 감독이 택한 카드는 이승우였다.

투입과 동시에 이승우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경기 흐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늘 그랬듯 적극적이고 투쟁심이 넘쳤다. 하지만 이날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이미 3번째 경기였다. 선수들의 몸놀림은 1, 2차전과 똑같지 않았다. 게다 이미 선수들은 많이 뛴 상태였다. 이승우가 답답하다는 동작으로 아쉬움을 피력했으나 똑같이 손발이 맞을 수는 없었다. 냉정하게 볼 때 이승우도 해결이 쉽지 않았다.

신체조건이 크게 앞서는 잉글랜드 선수들 앞에서 이승우의 돌파는 애를 먹었다. 언급했듯 동료들의 도움 없이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는 향후 토너먼트 일정을 소화해야하는 신태용 감독 그리고 이승우 자신이 좋은 약으로 삼아야할 장면이다.

지난 1, 2차전을 통해 이승우가 뛰어난 선수라는 것은 모두 확인했다. 하지만 이승우가 또 만병통치약이 되는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잉글랜드전에서 또 마법처럼 이승우가 동점골 혹은 역전골까지 만들어냈다면 신태용호는 더 취해서 16강으로 나갔을지 모를 일이다. 적절한 순간, 몸에 좋은 약을 먹었다.

lastuncl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