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깃발전쟁' 앞둔 수원FC 비하인드스토리, '다 숨겼다'
- 임성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한 수원FC의 조덕제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마련된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각오를 묻는 질문에 "리그에 폐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자신들의 수준이 다른 팀들이나 팬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말인데, 더 이상 겸손할 수 없던 말이다.
하지만 '배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도전자로서 후회 없이 싸우겠다' 등도 아니던 조 감독의 '낮춤'은 단 1경기 만에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느껴지고 있다. 수원FC와 조덕제 감독은 지금 꿍꿍이셈을 꾸미고 있다.
수원FC는 지난 13일 광양 원정으로 펼쳐진 전남 드래곤즈전으로 클래식 신고식을 치렀다. 첫 경기부터 승점을 획득했다. 수원FC는 전남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면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챌린지 시절의 수식어였던 '막공' 대신 단단한 축구로 승점을 획득했다. 똑같이 승점 1점씩을 챙겼으나 전남보다는 수원FC에 후한 점수를 주는 분위기였다.
약자라고 생각했던 팀이 잘 버텨냈다는 의미의 박수였다. 이어 챌린지에서 올라왔으나 앞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전남전에서의 수원FC 전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큰코다칠 수 있다. 그날 수원FC는, 많은 것을 숨겼다.
올 시즌 개막 이전까지 수원FC를 향했던 조명은 주로 범상치 않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향했다. 특히 벨기에 국가대표 경력을 보유하고 있는 공격수 마빈 오군지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클럽 헤타페에서 12시즌을 뛰었던 중앙 미드필더 하이메 가빌란은 '대박'이라는 평가가 자자했던 영입이다.
하지만 전남전에는 두 선수가 출전치 않았다. 역시 새로 영입한 호주 국가대표 출신 레이어와 3년째 수원FC를 지키고 있는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출신 블라단 등 수비수들만 함께 했다. 오군지미와 가빌란은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것이 수원FC 측 설명이었는데, 속사정은 다른 모양이다.
수원FC 사정에 밝은 한 축구관계자는 "조덕제 감독이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전남전에서는 동계훈련 내내 가다듬었던 전술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임했다. 경기를 봤으면 알 것이다. 그때는 그냥 열심히 막고 안정적으로 뛰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가빌란과 오군지미도 뛸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다만 전력 노출을 꺼려 출전시키지 않았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시즌이 개막했는데 전력을 숨긴다는 것이 의아한 일이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 매치업을 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수원FC는 오는 19일 역사적인 클래식 홈 개막전을 앞두고 있다. 상대가 성남FC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 두 구단주가 SNS 상에서 설전을 벌여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깃발전쟁'이다.
'이긴 팀 시청기를 진 팀 시청에 걸자'던 내기는 자신들의 구단기를 상대 홈구장에 게양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강도가 다소 완화됐으나 절대로 지고 싶지 않고 질 수도 없는 조건이 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새로 만든 수원FC 구단기를 이번 기회에 성남운동장 게양대로 바람 쐬러 나들이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다.
조덕제 감독은 이 '깃발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남전에 자신들의 실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 관계자는 "염태영 시장이 광양 원정까지 따라 내려갔을 정도로 관심이 크다"면서 "조 감독이 신경을 상당히 많이 쓰는 눈치다. 게다 홈 경기다. 만약 이슈가 되고 있는 이 경기를 수원FC가 잡아내면 흥행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당연히 이기고 싶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성남FC는 개막전에서 수원 삼성을 2-0으로 꺾었다. 지난해 2위 수원을 완파하던 성남은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진 느낌이다. 첫 판만 간접 비교했을 땐 성남 쪽으로 기운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이 마냥 전남전만 생각하면 오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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