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찾아가는 박주영, 조금씩 ‘장면’이 나오고 있다

(상암=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박주영은 지난 12일 인천과의 원정에서 선발로 나서 90분을 전부 소화했다. 전반 9분 페널티킥으로 골맛도 보았다. 박주영이 K리그에서 기록한 마지막 득점은 지난 2008년 4월 6일 광주 상무전이었다. 2,562일 만에 나온 값진 복귀 골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인 몸놀림이 썩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최용수 서울 감독은 1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시즌 6라운드 홈 경기에 박주영을 다시 선발로 배치했다. 차두리와 김치우를 아예 엔트리에서 제외시켰고 김진규 역시 벤치에 앉혀 놓는 등 18일 열리는 수원과의 ‘슈퍼매치’를 염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나 박주영은 예외였다.

경기 전 최 감독은 “지금은 체력적인 면보다는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박주영이 감을 찾을 때까지)어느 시점까지는 지켜보려 한다”는 뜻을 전했다. 일단 많이 뛰면서 스스로 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최 감독의 배려가 통했다.

돌아온 박주영이 두 경기 연속으로 선발로 출전해 FC서울의 공격을 이끌었다. 아직 포인트는 없으나 서서히 감을 찾는 모습이다. 좋은 ´장면´들이 나오고 있다. ⓒ News1스포츠/스포츠공감 제공

박주영 뿐만 아니라 서울이 전체적으로 경기를 풀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앞선 5차례의 경기에서 1무4패 극심한 부진을 겪으면서 리그 최하위에 그치고 있는 대전 입장에서는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어떻게든 승점을 따내는 것에 주안점을 둬야 했던 경기다.

거의 8~9명이 수비에 방점을 찍은 상황에서 박주영은 공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전반전 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조진호 대전 감독은 “아직 주영이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다고는 하지만 움직임이 워낙 위협적인 선수다. 공간을 내주면 안 된다”면서 원천 봉쇄를 지시했다.

공간이 없는 것을 알고 잇는 박주영은 무리하게 슈팅에 애 쓰지 않았다. 대신 연결에 집중했다. 포스트에서 공을 잡아 측면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벌려주고 자신이 다시 쇄도하던 움직이던 ‘장면’은 박주영의 나쁘지 않은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했다.

후반 들어 박주영은 밑으로 많이 내려왔다. 측면까지로 반경을 넓혔다. 전반에 호흡을 맞췄던 윤주태 대신 장신 스트라이커 김현성이 투입되면 달라진 역할 변화다. 아무래도 전반보다는 공격 전개가 수월할 수 있던 상황이다. 대전 선수들의 체력이 90분 내내 똑같을 수는 없었다. 그 틈새를 벌리기 위해 박주영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후반 8분 박주영이 만들어낸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박스 안 왼쪽에서 공을 잡은 박주영은 깊숙하게 더 치고 들어가다 중앙으로 빠르게 크로스를 연결했다. 고요한의 인사이드 슈팅이 뜨지 않았다면 좋은 어시스트가 될 수 있었다. 호흡이 맞지 않았으나 후반 14분 왼쪽 측면에서 고요한과 리턴 패스를 주고받던 ‘장면’도 의미 있던 과정이다.

축구는 박주영이 꼭 골을 넣어야만 이기는 스포츠가 아님을 감안한다면 최용수 감독이 원하는 그림 중 하나다. 박주영이 헤집고 다니면서 대전의 밀집 수비는 조금씩 허술해졌다. 그러던 후반 17분, 왼쪽 측면에서 윤일록이 올린 크로스를 김현성이 다이빙 헤딩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선제 골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결승 골이 됐다.

박주영은 후반 32분 박용우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결과적으로 공격 포인트는 또 없었다. 하지만 2경기 연속 선발 역할을 소화하며 적어도 뛰는 것에는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그 속에서 박주영이라는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다른 장점을 발견했다는 것도 서울에게는 반갑다.

박주영이 조금씩 감을 찾아가면서 ‘장면’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좋은 ‘장면’이 계속 겹쳐지면 결국 멋진 ‘영화’가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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