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도 꺾지 못한 고우석의 집념…'불굴의 도전자' 최향남 떠올리다

트레이드·부상·방출 등 2년 반 설움 견디고 빅리그 데뷔
'101달러 이적' 최향남, 늦은 나이 도전…끝내 데뷔는 실패

고우석(28·미네소타 트윈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선수로서 '최전성기'의 나이에 과감하게 미국행을 택했고, 뜻대로 풀리지 않는 시간이 길어져도 꿋꿋이 버텼다. 그리고 고우석(28·미네소타 트윈스)은 마침내 꿈을 이뤘다.

고우석은 지난 6일(한국시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서 현금 트레이드로 미네소타 트윈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디트로이트와의 계약에 '이적 시 메이저리그 로스터 등록'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트레이드는 곧 빅리그 데뷔를 의미했다.

미네소타도 고우석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트레이드 다음 날 우완투수 코디 로어리슨을 트리플A로 내려보냈고, 고우석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경기 전 로스터에 등록될 전망이다.

지난 2년 반은 고우석에겐 '시련의 시간'이었다. 2023년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을 함께한 뒤 빅리그 진출을 선언했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1년 최대 7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같은 시기 빅리그에 진출한 '절친'이자 '매제' 이정후의 계약 규모(6년 1억 13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초라해 보였지만, 고우석은 과감하게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빅리그 무대는 녹록지 않았다. 시즌 전 한국에서 치른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에서 잠시 모습을 보였지만,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힘겨운 싸움이 이어졌다. 개막 2개월 만인 5월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됐고, 마이애미는 한 달도 되지 않아 그를 방출 대기 조치(DFA)했다. 고우석은 마이너 잔류를 선택했고, 팀은 그를 트리플A보다 낮은 더블A로 보냈다.

고우석. ⓒ 뉴스1 구윤성 기자

2년 차인 2025년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건을 이용한 '섀도 피칭'을 하다가 검지가 골절되는 불운한 부상을 당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후 마이너리그에서도 부진이 이어졌다.

결국 마이애미는 다시 한번 그를 방출했고, 고우석은 디트로이트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다시 도전에 나섰다.

그리고 2026년. 고우석은 시즌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차출에 흔쾌히 응했고, 대회를 마친 이후 다시 마이너리그로 돌아가 묵묵히 기다렸다. 그 끝에 전반기 막바지 드디어 기회가 열렸다.

고우석에겐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다. 메이저 도전을 선언할 때부터 냉소적인 시선이 뒤따랐고, 트레이드, 방출, 부상 등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복귀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묵묵히 기다린 끝에 빅리그 마운드에 서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순간이 왔다.

수년 전 고우석처럼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지속했던 이가 있었다. '불굴의 도전자' 최향남이었다.

'불굴의 도전자' 최향남. (KIA 타이거즈 제공)

최향남은 KBO리그에서도 '최고'를 찍지 못했음에도 미국 진출을 타진했고, 테스트 등을 겪은 끝에 서른 살이 넘은 나이에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이후 국내에 복귀해 2시즌을 치른 그는 38살의 나이에 다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원했고, 당시 소속팀이었던 롯데 자이언츠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추진하면서 나온 몸값이 '101달러'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장난'식으로 써낸 금액이었지만 최향남은 이를 마다하지 않았고, 다시 마이너리그에서 꿈을 키웠다.

최향남이 끝내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는 일은 없었지만, 그의 도전을 비웃었던 이들조차 마지막에는 경외심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최향남과 비슷한 전철을 밟았던 고우석은, 선배와는 다르게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됐다.

결과와 별개로 숱한 시련을 견뎌낸 그의 집념은 한국 야구사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도전기로 남게 됐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