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결산]③농구 동반 金·야구 5연패·축구 4연패…빛난 구기종목의 힘

농구 남녀 동반 金…女 핸드볼 8년 만의 금메달
반면 배구는 '동반 노메달' 수모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과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오랜만에 날아오른 농구부터 다시 한번 아시아 정상을 지킨 야구와 남자 축구, 잠시 내줬던 정상 자리를 되찾은 여자 핸드볼까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구기 종목의 선전이 한국 선수단의 메달 레이스를 이끌었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4일 폐회식을 끝으로 약 2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한국은 금메달 39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68개를 수확하며 목표로 했던 금메달 40~45개에는 미치지 못했다. 양궁과 수영 등 전통적인 강세 종목에서 예상만큼 많은 금메달이 나오지 않은 것이 뼈아팠다.

이런 가운데 구기 단체 종목은 모처럼 제 몫을 다하며 활짝 웃었다. 농구와 야구, 남자 축구, 여자 핸드볼에서 잇달아 금메달이 나왔고 여자 축구도 값진 동메달을 보탰다.

구기 종목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를 낸 종목은 단연 농구였다.

한국 농구는 2014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남녀 동반 금메달을 차지했다. 3×3 농구에서도 남자부가 금메달, 여자부가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출전한 모든 세부 종목에서 메달을 수확했다.

20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금메달을 목에 건 한국 이현중이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안은나 기자

최근 몇 년간 '아시아 변방'으로 밀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한국 농구는 이번 대회 선전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남자부에서는 이현중을 축으로 이정현, 여준석, 문정현 등 새로운 얼굴들이 활약하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특히 미국프로농구(NBA) 무대에 도전하고 있는 이현중의 존재는 한국 농구의 미래에 기대감을 키운다.

한 명의 슈퍼스타가 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농구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현중이 전성기를 보낼 향후 몇 년을 세대교체와 경쟁력 강화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여자농구 대표팀 선수들이 2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9.26 ⓒ 뉴스1 안은나 기자

여자 농구는 '근성'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대표팀의 핵심인 박지수와 박지현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도 유기적인 움직임과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중국과 일본을 차례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국내 리그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고 있는 장신 포워드 이해란을 비롯해 이소희와 허예은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다만 이번 금메달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과제도 분명하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같은 기간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 주축 선수들을 내보냈다.

금메달이라는 결과 자체에는 박수를 보낼 만하지만 그 이상의 무대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하시 시민구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3대1 승리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9.27 ⓒ 뉴스1 김도우 기자

야구대표팀도 아시안게임 5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24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로 팀을 꾸린 한국은 고비를 넘기고 결승에서 일본을 제압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0 광저우,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은 5연패의 위업이다.

물론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슈퍼라운드에서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일본에 0-5로 완패했다. 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지만 프로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린 한국이 사회인 선수들이 중심이 된 일본을 상대로 고전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숙제를 남겼지만 5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면서 야구대표팀은 다시 한번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1대 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10.3 ⓒ 뉴스1 김도우 기자

남자 축구도 대회 전 우려를 딛고 4연패를 달성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제압하고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의 남자 축구 4회 연속 우승을 완성했다.

이전 대회와 달리 손흥민이나 이강인 같은 확실한 '슈퍼스타'가 없었고 대회 전 경기력에 대한 우려도 컸다.

하지만 엄지성과 양민혁, 이영준, 김지수 등이 주축이 된 한국은 대회가 진행될수록 조직력을 끌어올렸고, 마지막 한일전까지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 역시 값진 동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은 중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2015년 8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11년 만의 중국전 승리이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동메달 이후 8년 만의 아시안게임 메달이었다.

2006 도하 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여자 축구의 상징 지소연은 자신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될 수도 있는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아시안게임 4연패에 성공한 남자 축구 대표팀. 2026.10.3 ⓒ 뉴스1 김도우 기자

여자 핸드볼도 활짝 웃었다.

한국은 풀리그로 열린 이번 대회에서 6전 전승을 기록하며 개최국 일본(5승 1패)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일본과의 풀리그 최종전에서 27-23으로 승리하며 2022 항저우 대회 결승 패배의 아픔도 씻어냈다.

한국은 여자 핸드볼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된 1990 베이징 대회부터 2006 도하 대회까지 5회 연속 정상에 올랐던 것을 포함해 지난 10번의 대회에서 8차례 금메달을 따냈다. 항저우에서 잠시 내줬던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빠르게 되찾았다.

남자 핸드볼은 준결승에서 카타르,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에 연이어 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다만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카타르와의 준결승에서 대등한 승부를 펼치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27일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시 엔트리오(ENTRIO)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핸드볼 라운드로빈 21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로 금메달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9.27 ⓒ 뉴스1 안은나 기자

대부분 활짝 웃은 구기 종목 가운데 아쉬움을 삼킨 종목은 배구였다.

한국 배구는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남녀 대표팀이 모두 메달을 따지 못하는 '동반 노메달'에 그쳤다.

아시안게임에 앞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하며 기대를 모았던 남자 배구는 조별리그에서 중국에 패한 데 이어 8강에서 이란에 져 메달 경쟁에서 탈락했다.

중국과 이란을 상대로 모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중요한 승부처를 넘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남자 배구는 다시 한번 대표팀 시스템을 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여자 배구도 마찬가지였다.

김연경과 양효진 등 '황금 세대'의 대표팀 은퇴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여자 배구는 이번 대회 4강에서 일본, 동메달 결정전에서 태국에 연달아 패하며 노메달에 머물렀다.

특히 일본과 태국을 상대로 단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욱 컸다.

여자 배구 대표팀. ⓒ 뉴스1 김민지 기자

농구와 배구는 모두 최근 몇 년간 국제 경쟁력 약화에 따른 '위기론'에 시달렸다. 하지만 나고야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농구는 남녀 동반 금메달을 앞세워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반면 배구는 2회 연속 남녀 동반 노메달에 그치며 여전히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