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소집' 없는 마라톤 대표팀…발전 막는 '그들만의 경쟁'
[한국 마라톤, 희망의 씨앗은②]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고령화 시대', '인구 절벽'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선수 풀의 부족은 비단 마라톤만의 고민만이 아니다. 야구와 골프 등 몇몇 인기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종목에서 "선수가 없다"는 한탄이 나온다.
그렇기에 한국 마라톤의 쇠퇴와 부진을 '선수 부족' 탓으로 돌리기만 해선 문제 해결이 어렵다. 선수 풀이 줄어든 건 확실한 사실이지만 선수 부족을 핑계로 손 놓고 있는다면 반등의 씨앗조차 마련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건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국제 경쟁력 강화보다 '내부 경쟁'에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국제경쟁력이 크게 뒤처진 현시점 '국내 랭킹'의 의미는 크게 옅어졌지만, 현장의 생각은 다르다. 당장 자신이 소속된 팀에서의 실적, 당장의 생계 문제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에서 마라톤 종목의 '국가 대표팀'은 사실상 허울뿐이다. 대표팀 선수를 총괄하는 지도자와 트레이닝 파트 등이 존재하는 다른 종목과 달리, 마라톤 종목은 국가대표에 선발돼도 소속팀에서 각자 훈련하다 경기에 참여하는 식이다.
이는 이봉주, 황영조가 활동하던 '마라톤 중흥기' 때부터 이어져 왔던 방식이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 훈련 방식 등이 다르기 때문에 모여서 훈련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다.
다른 종목처럼 대표팀 소집을 했던 적도 있지만, 그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팀을 이끌 지도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부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상황에 따라선 "대표팀 지도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표팀 차출을 거부하는 일도 생긴다.
육상계 관계자는 "잘하는 선수들끼리 모여서 훈련하면 더 좋은 효율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면서 "다만 대표팀을 꾸리는 과정, 대표팀이 꾸려진 이후의 훈련 방식 등에도 잡음이 계속되다 보니 협회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2020년엔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오랜만에 대표팀을 꾸렸으나 음주 운전 등의 불미스러운 일로 이어졌고, 이후 더 이상 마라톤 대표팀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
당시 '유망선수'로 훈련을 함께했던 '현 국내 랭킹 1위' 박민호는 "그 당시 잘하는 선수들과 고지대 훈련도 같이 가고 많은 지원을 받았던 좋은 기억이 있다"면서 "합동 훈련으로 동반 상승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좋은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현재 우리 상황은 기록보다는 순위 경쟁에 치우쳐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박민호는 오는 9월 아시안게임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지만 이번에도 대표팀 소집은 없다. 대표팀 소집이 없기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흔히 받을 수 있는 훈련 수당 등도 기대하기 어렵다.
박민호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대회에 나서지만, '국가대표'라고 해도 달라지는 게 없기에 동기부여가 쉽지 않다"면서 "지원은 부족한데, 성적을 못 내면 비난은 선수가 감당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대표팀 운영 문제와 함께 선수 육성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 고등학교에서 육상 운동을 하려는 학생은 대부분 체육고등학교를 선택한다. 그런데 체고의 큰 틀에선 세부 종목 특성을 반영한 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조남홍 배문고 총감독은 "소위 말하는 'A급' 선수들은 체고에 다 빼앗기고 시작하는데, 그 선수들이 체고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면서 "특히 마라톤의 경우 여타 종목과 다른 운동량과 훈련 방식이 필요한데 그런 부분이 잘되지 않는다"고 했다.
조 감독은 "일반 학교에서 다룰 수 없는 특수 장비가 있는 종목은 체고가 필요하지만, 마라톤을 비롯한 다른 종목들은 굳이 체고가 아니어도 된다"면서 "체고에 대한 지원 체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일반고등학교의 체육부는 점점 사장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