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악연' 황대헌 vs 린샤오쥔, 외나무다리 대결[올림픽]
2018 평창 동료였지만…성추행 논란 후 갈라서
13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금메달 놓고 경쟁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계보를 이었던 황대헌(강원도청)과 린샤오쥔(중국·한국명 임효준)이 올림픽 무대에서 '적'으로 메달을 놓고 처음 맞대결을 펼친다.
13일 오전 5시 48분(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리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에선 황대헌과 린샤오쥔의 외나무다리 만남에 관심이 쏠린다.
둘은 지난 10일 펼쳐진 남자 1000m 예선을 나란히 통과했다. 황대헌은 6조 2위로 준준결선 직행 티켓을 따냈다. 린샤오쥔은 7조 3위에 그쳤지만 '어드밴스' 판정으로 준준결선에 올랐다.
준준결선에선 황대헌이 1조, 린샤오쥔이 4조에 편성돼 엇갈렸다. 그러나 메달 후보로 꼽히는 둘이 준준결선, 준결선을 차례로 통과하면 마지막 무대인 결선에서 맞붙을 수 있다.
린샤오쥔은 2018 평창 올림픽에서 남자 1500m 우승으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영웅'이었다. 둘이 함께 출전한 남자 500m에서는 황대헌이 은메달, 린샤오쥔이 동메달을 따며 나란히 시상대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1년 뒤 '장난'이 둘의 운명을 바꿨다. 린샤오쥔이 대표팀 훈련 중 황대헌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일부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 황대헌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고소하며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린샤오쥔은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자, 2020년 중국으로 귀화했다. 뒤늦게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최종 무죄 판결이 나왔으나 이미 낙인된 '성추행' 프레임은 좀처럼 벗겨지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 대표' 린샤오쥔은 '안방'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귀화 선수는 이전 국적으로 출전한 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는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린샤오쥔이 없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선 황대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황대헌은 중국의 편파 판정을 딛고 남자 1000m 금메달을 획득하며 '쇼트트랙 영웅'으로 떠올랐다.
다만 황대헌도 최근 크고 작은 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성희롱 사건 당시 황대헌이 먼저 여자 선수의 엉덩이를 때리는 등 장난을 쳤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다 2024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 선배 박지원(서울시청)과 충돌해 '팀킬' 논란을 일으켰다. 황대헌에게는 '반칙왕'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도 생겼다.
린샤오쥔과 황대헌은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린샤오쥔은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500m 금메달을 따며 건재를 과시했다.
다만 이 대회에서는 황대헌이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으로 출전하지 않아 둘의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황대헌도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뽐냈다. 그는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임종언(고양시청)에 이어 남자부 전체 2위를 기록, 1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둘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 쇼트트랙 첫 종목이었던 혼성계주 2000m에서 빈손에 그쳤다. 한국은 준결선에서 김길리(성남시청)가 미국 선수와 충돌하는 불운이 따라 탈락했고, 중국도 결선 4위에 그쳐 입상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황대헌과 린샤오쥔은 이번 남자 1000m 레이스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돌고 돌아 올림픽에서 다시 마주하는 둘의 운명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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