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 金 한끗차로 놓쳤지만…우상혁, '월드클래스' 증명했다

2m34까지 1위 유지…'올림픽 챔피언' 커에 밀려 아쉬운 은메달
파리 올림픽 부진 털어내고 완벽 반등…내년 시즌도 기대감

우상혁이 16일 열린 도쿄 세계 육상선수권 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의 눈물을 뒤로 하고 1년 만에 나선 세계선수권. 우상혁(29·용인시청)은 다시 한번 세계 정상급 점퍼임을 증명해 보였다. 비록 한끗차로 금메달을 놓쳤지만 우상혁이 활짝 웃을 수 있는 이유였다.

우상혁은 16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도쿄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4를 기록, 해미시 커(뉴질랜드·2m36)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상혁은 2022년 유진 대회에 이어 3년 만에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추가했다. 세계 실내선수권에선 2022년과 올해까지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지만 실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선 '무관의 한'을 풀지 못했다.

세계선수권은 우상혁이 올 시즌 가장 큰 목표로 삼았던 대회다. 세계 정상급 점퍼로 올라선 우상혁은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세계 실내선수권, 아시아선수권 등을 모두 정복했지만, 아시안게임과 함께 세계 실외 선수권은 제패하지 못했다.

우상혁에게 2025년은 '재도약의 해'이기도 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위를 기록한 뒤 승승장구하던 우상혁은, 지난해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의 꿈을 키웠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상혁은 개인 최고 기록(2m36)에 한참 못 미친 2m27로 7위에 머물렀고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우상혁은 좌절하지 않았다. 새롭게 시작된 2025년 다시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하며 연전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우상혁. ⓒ AFP=뉴스1

그는 2월 체코 실내대회(2m31)를 시작으로 같은 달 슬로바키아 실내대회(2m28), 3월 난징 실내 세계선수권(2m31)에서 모두 우승했다.

이어진 실외 시즌에서도 5월 왓 그래비티 챌린지(2m29), 구미 아시아육상선수권(2m29), 6월 로마 다이아몬드리그(2m32), 7월 모나코 다이아몬드리그(2m34)를 연달아 제패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선수권은 올 시즌 마지막 목표였다. 정상급 점퍼의 출전이 갈리는 다른 대회와 달리, 이 대회는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이 모두 나서기 때문이다.

번번이 우상혁의 앞길을 막았던 무타즈 바르심(바레인)이 부상으로 올 시즌 출전이 거의 없었고, 지난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커도 시즌 베스트가 우상혁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기대감은 더욱 컸다.

이날 결선은 우상혁에겐 두고두고 아쉬울 승부였다. 우상혁은 2m28에서 1차 시기를 실패하며 흔들렸지만, 이어진 2m31에서 2차 시기에 성공해 경쟁자를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2m34에 성공한 뒤 포효하는 우상혁. ⓒ AFP=뉴스1

우상혁은 2m34에서도 3차 시기를 성공했고, 같은 차수에 성공한 커와 동률을 일궜다. 하지만 이전 기록인 2m31에서 먼저 넘었기에 여전히 우상혁이 1위였다.

점점 높이가 부담스러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상혁의 금메달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였다.

그런데 커가 2m36을 한 번에 넘으면서 단숨에 순위가 바뀌었고, 우상혁은 개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인 2m38에 도전했지만 끝내 넘지 못했다.

아쉽지만 우상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기량을 선보였다. 준비한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눈물을 쏟았던 파리 올림픽과는 상반된 결과다.

그는 2m28에서 한 차례 실패삐끗했지만 2m31을 가장 가장 먼저 넘으며 1위로 올라섰고, 시즌 베스트 타이인 2m34도 넘었다.

16일 열린 도쿄 세계 선수권 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해미시 커와 은메달의 우상혁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 AFP=뉴스1

우승자인 커도 우상혁의 2m38 도전에 함께 박수를 쳐 주며 존중을 드러냈다.

우상혁이 새역사를 눈앞에서 놓치고도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것 역시 자신의 경기 내용엔 만족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년 만에 완벽한 경기력으로 반등한 우상혁은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바르심의 벽에 막혀 2번의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차지했던 우상혁은, 내년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 금메달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