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이주호, 서른 살에 한국新…"조금 느려도 가장 높이 오를 것"
[인터뷰] 1년 8개월 만에 男 배영 200m 기록 경신
내년 AG 금메달 도전…"충분히 할 수 있다"
-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한국 배영의 간판' 이주호(30·서귀포시청)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30대에 접어들었음에도 더더욱 빼어난 기량을 펼쳐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주호는 "간절한 마음으로 맨 밑에서부터 올라왔다. 속도는 조금 느리지만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라며 당차게 말했다.
한국 수영대표팀은 지난달 3일 막을 내린 2025 싱가포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신기록 3개를 수립했다. 그중 하나는 이주호가 남자 배영 200m에서 작성했다.
이주호는 남자 준결선 200m에서 1분55초70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자신이 2023년 11월 경영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세운 종전 한국 기록(1분56초05)을 1년 8개월 만에 0.35초 단축했다.
비록 0.06초 차로 9위에 그쳐 2회 연속 결선 진출이 무산됐지만, 이주호는 벽과 같았던 1분55초대 진입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1분55초대에 진입해서 기쁘고 만족스럽다"고 활짝 웃었다.
무엇보다 2024 파리 올림픽 부진을 씻어냈다는 데 의미가 컸다.
이주호는 지난해 2월 열린 2024 도하 세계선수권 남자 배영 200m 결선에 올라 5위를 차지했다. 한국 배영 선수가 세계선수권 배영 전 종목을 통틀어 결선 무대를 밟은 것은 이주호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주호는 그 기세를 약 5개월 뒤 펼쳐진 파리 올림픽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배영 100m에서는 예선 30위(54초65)로 탈락했고, 배영 200m에서도 준결선 11위(1분56초76)에 그쳐 결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파리 올림픽 이후 1년 만에 참가한 메이저대회에서 한국 기록을 갈아치우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주호는 "기대가 컸던 파리 올림픽에서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올해 초 자비로 호주 전지훈련을 떠나 3개월 동안 운동하기도 했다"며 "그렇게 좋은 기록을 작성하기 위해 도전을 이어갔는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기록을 경신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배영 선수들의 기록이 좋아서 결선 무대를 밟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다"면서 "그래도 1분55초대를 깼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호는 "1분56초대 진입하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한 번 도달한 뒤에는 기록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런 경험을 살려 열심히 훈련한다면 계속 좋은 기록을 세울 것 같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수영 선수는 일반적으로 20대 초중반에 전성기를 누리는 편이다. 그런 점에서 30대 이주호의 한국 신기록 수립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이주호는 "대다수 수영 선수는 어려서부터 좋은 기량과 좋은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국가대표로 발탁된다"며 "나는 (그런 게) 다른 선수들보다 늦은 편이었다. 간절함을 갖고서 밑에서부터 하나씩 올라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수영을 잘할 수 있을지 정말 많이 고민했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렇게 하면서 저만의 노하우가 생겼고, 기록을 점점 단축해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이주호의 성장 과정은 느려도 꾸준하게 나아가는 거북이와 같다.
이주호는 "기록 단축 과정이 다른 선수보다 조금 느릴 수 있다. 그렇지만 (속도보다) 목표인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언젠가는 그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는 긍정적 사고로 열심히 운동한다. 또 나이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수영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도전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이주호는 2018 자카르타와 2022 항저우 대회에 나가 메달 6개(은 2개·동 4개)를 땄지만, 시상대 맨 위에 서지는 못했다.
특히 항저우 대회 남자 배영 200m에서는 당시 한국 기록(1분56초54)을 세웠으나 중국의 쉬자위(1분55초37)에게 1초17의 큰 차이로 2위에 자리했다.
쉬자위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영 50·100·200m 금메달을 싹쓸이한 아시아 배영의 최강자다. 다만 쉬자위는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1분53초99로 우승한 뒤 남자 배영 200m 기록이 주춤한 편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통해 1분55초대에 진입한 이주호는 이제 쉬자위와 경쟁해 볼 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호는 "쉬자위와 기록 차가 점점점점 좁혀지고 있다. 쉬자위는 아시안게임을 제외하고 메이저대회 배영 200m에 나서지 않는 데다 이 종목 기록도 내림세를 보이는 중"이라며 "내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성장하면 더 좋은 기록을 쓸 수 있다. 내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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