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철용 감독 "정신력만 강조하던 시대는 지났다"
12년 만에 배구 국가대표 사령탑 복귀, 기본기 등 강조
- 이재상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12년 만의 복귀다. 김철용(62) 중앙여고 총 감독이 위기에 빠진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 수장에 올랐다.
대한배구협회는 1일 신임 여자 대표팀 사령탑으로 김철용 중앙여고 총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 감독이 부임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오는 14일 열리는 AVC컵 사령탑으로 박기주 수원전산여고 감독이 선임됐지만 고교 감독이 지도자를 맡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고, 박 감독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결국 김철용 감독은 사령탑 재공모에 응했고, 제자이자 1990년대 호남정유 신화를 이끌었던 장윤희 코치와 AVC컵을 지휘하게 됐다.
현재 전남 영광에서 열리고 있는 'CBS배 전국 남녀중고배구대회'에 참가 중인 김철용 감독은 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올림픽 이후 협회가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에서 아무도 궂은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지난 1990년대 한국 여자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지도자로 꼽힌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해 1994년 세계여자선수권 4위, 1996 애틀란타 올림픽 6위 등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이뤘다.
특히 그는 LG정유(GS칼텍스 전신) 여자 배구팀 감독으로 활동하며 현 프로리그의 전신인 대통령배 및 한국배구슈퍼리그에서 9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는 등 한국 최고의 배구감독으로 인정받았다.
김철용 감독은 "중앙여고에서 총 감독을 맡으면서 어린 유망주들을 꾸준히 지켜봤다"면서 "단순히 AVC컵이 끝이 아니라 계속해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이선구 GS칼텍스 감독,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등을 만나 대표팀 차출 등을 논의한 김 감독은 프로 선수 일부와 고교 유망주 등으로 12명의 엔트리를 꾸렸다. 흥국생명의 이한비와 황현정, IBK기업은행의 세터 이고은, GS칼텍스의 이영 등과 함께 이선정(선명여고), 하효림(원곡고) 등이 포함된 명단을 발표했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신장은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기본기 등은 부족하다"면서 "인프라 등도 많이 부족하다. 실제 현장에서 보면 배구 하려는 선수들이 없다. 한국 배구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배구인들이 하나로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용 감독은 "한국 배구가 다시 살기 위해선 지도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필요하다"면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어렵게 여자 대표팀을 맡게 됐는데.
▶공모에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들었다. 올림픽 이후 협회가 도마 위에 오르니 선뜻 나서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게 결정하게 됐다.
-선수 차출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어제 저녁 감독으로 결정된 뒤 이선구, 박미희, 이정철 감독 등에게 부탁을 했다. 4명 정도는 프로선수에서, 나머지는 고교 선수로 꾸릴 예정이다. 17세 이하 대표팀 당시 단장으로 갔던 경험이 있어서 꾸준히 지켜봤던 선수들이 있다. 프로에서 온 언니들이 주축이 되고 이현정, 하효림 등 어린 선수들이 힘을 보태줄 것이다.
-1990년대 여자 배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는데 현재 어린 선수들을 지켜 본 소감은.
▶예전 호남정유, LG정유 시절에 비해 대표 선수들의 신장은 커졌지만 기본기 등 테크닉은 많이 떨어진다. 물론 정신력으로 커버하던 시대는 지났다. 신체조건은 좋아졌는데 수비 등 기본기가 부족하다. 기초를 탄탄하게 잘 닦아야 한다.
-그 동안 공백이 있었는데 어떻게 지도하고 싶은지.
▶시대가 많이 변했다(웃음). 선수들이 곱게 커서 지도하는 것이 쉽진 않다. 그래도 때론 호되게 지적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혼자 생각만으론 안 되고 한국 여자 배구가 다시 부흥하기 위해선 다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국 배구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오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린 선수들을 스카우트 하려고 다닐 때마다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배구를 하려는 어린 유망주들이 없다는 것이다. 저변 확대가 되지 않으면 한국 배구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KOVO) 등도 같은 가족이란 생각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AVC컵에 나서는 각오는.
▶당연히 국제 대회기 때문에 성적도 중요하다. 일단 조별 라운드를 통과하고 8강부터가 관건이라고 본다. 소집 및 훈련 기간이 짧기 때문에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얼마나 발휘해주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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