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 아니면 '도'…박찬호 놓친 KIA, '유격수 김도영' 카드 만지작
김도영 유격수 안착 시 공격력 극대화 기대감
'부상 이슈' 고민…수비 부담에 타격 약화 우려도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디펜딩 챔피언으로 시작해 8위라는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 든 KIA 타이거즈가 새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또 하나의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부동의 주전 유격수 박찬호(30)를 내보내면서 팀 내 최고 타자 김도영(22)의 포지션 전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박찬호는 지난 18일 두산 베어스와 4년 최대 80억 원(계약금 50억 원·연봉 총 28억 원·인센티브 2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원소속팀 KIA도 박찬호의 잔류를 위해 노력했지만 두산이 예상보다 큰 액수를 베팅하면서 끝내 놓치고 말았다.
박찬호는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리그 정상급 유격수다. 프로 초창기만 해도 수비 능력에 비해 공격이 크게 떨어졌으나 2022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했고, 2023~2024년 3할 타율, 2025년에도 0.287의 타율을 기록했다.
매년 최소 20개 이상의 도루가 가능한 주루 능력 역시 빼어나고, 수비도 안정적이다. 2023~2024년 2년 연속으로 유격수 부문 수비상을 받았고, 지난해엔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이런 유격수를 대체할 자원은 KIA 내부엔 없다. 외부로 눈을 돌려봐도 FA 시장엔 이렇다 할 내야수가 없다. 19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KT 위즈 출신 내야수 이호연을 지명했지만, 백업 정도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두되는 것이 김도영의 포지션 변동이다. 김도영은 광주동성고 시절 '전국구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고, 문동주(한화 이글스)와의 경합 끝에 KIA의 1차 지명을 받았다.
다만 프로에 와선 박찬호가 유격수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3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수비 부담은 덜한 포지션이지만 익숙하지 않았기에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이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했다.
0.347의 타율과 38홈런 109타점 40도루 등으로 잠재력을 폭발하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2024년에도 수비 실책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30개였다.
올해는 햄스트링 부상에 고전했고 30경기에만 출전해 5개의 실책을 범했다.
프로 입단 이후론 3루수로 줄곧 나섰지만, '익숙한 포지션'을 감안하면 김도영에게도 유격수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김도영이 3루수로 남을 경우, KIA는 특별한 보강이 없다면 박민, 김규성 등 기존 선수를 유격수로 기용해야 하는데,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반면 김도영이 유격수로 이동하면 3루수엔 장타력을 갖춘 변우혁을 기용할 수 있다.
1루수에 오선우가 자리를 잡은 만큼 외국인타자를 3루수로 영입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3루수는 유격수보다는 외인 수급이 용이한 편이다.
고민거리는 역시나 부상이다. 김도영은 2022년 입단 이후 MVP 시즌인 2024년을 제외하곤 매년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지냈다. 특히 올해는 좌, 우 햄스트링 부상을 번갈아 겪으며 일찌감치 시즌을 마쳐야 했다.
김도영의 부상은 주루 중에 발생한 것이긴 하나, 아무래도 수비 범위가 넓어지는 유격수를 맡기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만일 김도영을 유격수로 기용했다가 또 한 번 부상을 겪는다면 KIA로선 또 한 번 어려운 시즌을 보내야 한다.
부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타격 능력 저하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범호 감독과 KIA 구단 입장으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심재학 KIA 단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선수 기용은 결국 감독의 권한"이라면서도 "유격수 김도영도 고려 대상 중 하나로 보지만, 김도영의 몸 상태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심 단장은 "외국인 타자를 포함한 외부 영입 등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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