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쌍둥이 군단, 2년 만에 정상 탈환 [LG 우승]

1990·1994·2023년 이어 4번째 통합 우승
꾸준한 대권 도전 강팀 성장…한화 꺾고 축포

LG는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3-1로 제압하고 통합 우승을 차지한 LG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2025.10.31/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대전=뉴스1) 이상철 기자 = 29년 만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세 번째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던 LG 트윈스는 지난해 2연패를 노렸으나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다시 정상이 오르기까지 또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하나 싶었지만, 네 번째 우승 갈증은 곧 해소됐다. LG는 2년 만에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섰다.

LG는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한화 이글스를 4-1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던 LG는 통산 네 번째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MBC 청룡을 인수한 첫해인 1990년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었고, 4년 뒤인 1994년 정상을 탈환했다. 2000년대 들어 기나긴 암흑의 터널을 지나기도 했던 LG는 2023년 통합 우승으로 29년 한을 풀었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KBO리그 최강팀이 됐다.

아울러 한국시리즈 우승 4회를 기록한 LG는 KIA 타이거즈(12회), 삼성 라이온즈(8회), 두산 베어스(6회), SSG 랜더스(5회)에 이어 현대 유니콘스와 함께 최다 우승 공동 5위에 자리했다.

2022년 말 LG와 3년 계약을 맺고 현장으로 돌아온 염경엽 감독은 계약기간 내 두 차례 통합 우승을 일구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리그 최고의 지략가로 평가받고도 우승컵이 없었던 염 감독은 LG 사령탑을 맡으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KBO리그는 2015년과 2016년 2연패를 달성한 두산 이후 챔피언이 해마다 바뀌었다. 이 기간 KIA가 2017년과 2024년, SSG가 2018년과 2022년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각각 7년과 4년이 걸렸다. 또한 정상 탈환까지 포스트시즌 탈락 등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했다.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LG 선수들이 7대4 승리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5.10.3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LG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2019년부터 7시즌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고, 성적도 꾸준히 향상됐다. 2022년부터는 플레이오프 이상 성과를 내더니 2년 만에 정상을 다시 정복했다.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는 오명을 받기도 했던 20년 전의 LG를 떠올리면, 대단한 반등이다. LG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시즌 연속 가을야구 무대조차 밟지 못했지만, 반복된 실패를 자양분 삼아 꾸준한 전력 보강으로 내공을 쌓아갔다. 그리고 명실상부 KBO리그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팀이 됐다.

LG는 정규시즌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팀 타율은 0.278로 10개 팀 중 가장 높았고, 팀 평균자책점도 3.79로 3위였다.

염 감독이 추구하는 '디테일 야구'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공·수·주 기본기를 다지고, 데이터 분석에 세밀한 야구를 더하며 경기력을 업그레이드했다.

내실을 다지고 신구조화를 이루는 LG는 2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 LG는 2023년 한국시리즈와 비교해 선발 라인업이 딱 한 명 바뀌었다. 그만큼 뼈대가 단단하다는 뜻이다.

김현수, 박해민, 박동원, 오지환, 신민재, 홍창기 등 주축 선수들이 건재한 데다 차세대 토종 에이스 손주영, 신인상 후보 송승기가 성장해 마운드의 한 축을 맡았다. 또한 문보경도 알에서 깨어나 20홈런-100타점을 생산하는 중심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3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LG 선발 톨허스트가 4회말 이닝을 실점 없이 마친 뒤 손뼉을 치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5.10.3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여기에 2년 전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부분은 선발 야구다.

요니 치리노스(13승)와 임찬규, 손주영, 송승기(이상 11승)는 정규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LG가 선발 10승 투수 4명을 배출한 것은 1994년 이후 31년 만이자 두 번째 기록이다. 여기에 지난 8월에 합류한 앤더스 톨허스트도 8경기에서 6승을 수확하며 뒤를 받쳤다.

강력한 선발진은 한국시리즈에서 돋보였다. 톨허스트와 치리노스는 '원투펀치'답게 한화 타선을 봉쇄했고, 손주영도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인상적인 역투를 펼쳤다. 뒷문 강화를 위해 불펜으로 이동한 송승기도 자기 몫을 다했다.

세이브왕 출신의 고우석이 떠난 데다 불안감이 적지 않았던 불펜도 한국시리즈에서는 3차전을 제외하고 베테랑 김진성을 축으로 안정감을 보였다.

LG의 네 번째 통합 우승 과정은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LG는 구단 개막 최다 7연승을 달리는 등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한 끝에 우승컵을 들었지만, 통합 우승으로 가는 길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6월 들어 마운드가 삐거덕거렸고, 한화에 선두를 내주고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후반기 초반에는 10연승을 달리던 한화와 5.5게임 차까지 벌어졌다.

2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LG 트윈스 선수들이 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구단 사상 4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2025.10.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그러나 LG는 후반기 들어 점차 경기력이 살아나며 차곡차곡 승수를 쌓아가더니 한화를 추월했다. 8월에만 구단 월간 최다 18승을 올리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에르난데스를 내보내고 톨허스트를 영입하는 결단도 성공적이었다.

시즌 막바지 LG에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 LG는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1만 남겨두고 한화, 두산, NC 다이노스에 연달아 완패했다. 경기력은 엉망이었고, 팀 분위기는 '초상집'에 가까웠다.

한화가 잔여 경기에서 다 이길 경우 LG와 동률을 기록, 1위 결정전을 치러야 했다. LG 내부에서도 1위 결정전까지 가면 '우리가 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그러나 한화가 1일 SSG전에서 9회 2사 후 홈런 두 방을 맞고 무너졌다. 하늘이 도운 LG의 우승이었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그 이점을 십분 살렸다. 약 3주 동안 이천과 잠실에서 경기력과 공격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플레이오프를 통해 한화에 대한 '현미경 분석'도 했다.

'준비된 팀' LG는 한국시리즈에서 한화를 압도했다. 타자들은 1차전과 2차전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한화가 자랑하던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누구든지 해결사가 될 수 있었고, 점수를 뽑아야 할 때 확실히 득점하는 등 모범적인 공격을 보여줬다.

LG는 2연승 뒤 3차전에서 불펜 난조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지만, 곧바로 4차전에서 9회 6점을 따며 극적인 뒤집기를 펼쳤다. 사실상 우승 향방을 결정지은 승리였다. 기세를 탄 LG는 5차전에서 한화를 잡고, 통합 우승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