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그렇게 헤매더니…삼성 최원태, 가을 남자로 돌아왔다[PO]

작년까지 PS ERA 11.16 부진…올해는 0.69 활약
'불펜 흔들' 삼성, 강력한 선발 야구 기대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 최원태가 7회 1실점 호투하며 환호하고 있다. 2025.10.1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올해 포스트시즌 막이 올랐을 때 삼성 라이온즈 투수 최원태는 불안 요소로 지목됐다.

마운드의 힘이 승패를 좌우하는 가을야구에서 삼성은 아리엘 후라도와 원태인이라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보유하고도 고심이 많았다. 상대적으로 '3선발' 헤르손 가라비토와 '4선발' 최원태의 무게가 떨어졌다.

4년 70억 원을 받고 삼성으로 이적한 최원태의 정규시즌 성적은 27경기 8승7패 평균자책점 4.92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17경기에서 2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1.16에 그치는 등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WC)까지만 해도 최원태는 자신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을 지우지 못했다.

최원태는 WC 1차전에서 팀이 1-4로 밀리던 7회 2사 1, 2루에서 구원 등판해 맷 데이비슨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냈다.

계속된 2사 만루에서 최원태가 후속 타자 권희동에게 초구 볼을 던지자, 삼성 벤치는 즉각 투수를 교체했다. 최원태는 투구 수는 단 4개였다.

7일 WC 2차전에서는 아예 미출장 선수에 올라 '전력 외'로 분류되기도 했다. 최원태로선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9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삼성 선발투수 최원태가 6회말을 무실점으로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25.10.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그러나 이를 계기로 최원태는 각성했다. 이를 악문 최원태는 누구보다 땀을 흘리며 명예 회복을 노렸고, '가을 사나이'로 다시 태어났다.

최원태는 시리즈의 향방을 좌우한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깜짝 호투를 펼쳐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어 팀이 1패로 열세인 상황에서 출격한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한화 이글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불안한 4선발은 특급 에이스로 변신했다. 최원태의 올해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은 0.69로, 팀 내 선발진 중 1위다. 원태인(0.71), 후라도(3.21), 가라비토(5.91)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뛰어난 성적이다.

상대 선발 투수가 약한 것도 아니었다. 준PO에서는 미치 화이트, PO에서는 라이언 와이스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두 외국인 투수 모두 두 자릿수 승리와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강력한 구위를 뽐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서 안정감은 최원태가 더 우위였다. 화이트와 와이스가 난타당하며 조기 강판한 가운데 최원태는 꿋꿋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19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삼성이 7-3으로 승리를 거뒀다. 데일리 MVP에 선정된 최원태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1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최원태는 정규시즌 때와 완전히 달라졌다. 포수 강민호의 조언에 따라 구속 대신 제구에 집중하면서 상대 타자의 허를 찔렀다.

13이닝 동안 피안타는 단 6개였고, 장타는 루이스 리베라토(한화)에게 맞은 솔로포뿐이었다. 커맨드도 좋아져 볼넷은 3개만 허용했다.

더 이상 최원태는 불안 요소가 아니다. 삼성의 강점이 됐고, 이제 그가 등판한 경기를 잡을 수 있다는 '승리 보증수표'가 됐다.

삼성 불펜이 PO 두 경기에서 6⅔이닝 6실점(5자책)으로 흔들리는 등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최원태 덕분에 선발진이 단단해지는 건 긍정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