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지주'의 플레이오프…류현진 '3선발', 오승환 '장외응원'[PO]

18년 전 한화-삼성 준PO 뛰었던 선수 중 유이한 현역
류현진은 선발 핵심…'은퇴' 오승환 엔트리 불발 유력

한화 이글스 류현진. /뉴스1 DB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괴물' 류현진(38·한화 이글스)과 '끝판 대장' 오승환(43·삼성 라이온즈)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레전드' 투수다. 류현진이 2006년, 오승환이 2005년 데뷔해 리그를 평정하며 오랜 시간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오승환은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를 두루 거치는 등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던 그들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2025년, 두 레전드가 가을야구에서 조우한다. 한화와 삼성이 17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에서 만나 2007년 이후 무려 1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2007년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맞붙을 당시 한화, 삼성의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중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는 류현진과 오승환 둘뿐이다. 당시 삼성 소속 선수였던 박진만은 현재 삼성 지휘봉을 잡고 나선다.

30대 후반의 류현진, 불혹을 훌쩍 넘긴 오승환에게 전성기 때의 위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을 갖춘 두 베테랑의 존재만으로도 어린 선수들에겐 힘이 된다. '정신적 지주'라는 말이 정확히 어울리는 이유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가운데). /뉴스1 DB ⓒ News1 공정식 기자

'정신적 지주'의 역할은 같지만, 엄밀히 따지면 두 노장의 상황은 다르다. 류현진은 여전히 팀에서 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반면, 류현진보다 5살이 많은 오승환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38세 시즌에도 여전히 그다운 모습을 보였다. 정규시즌 26경기에 등판한 그는 9승7패 평균자책점 3.23을 기록했다. 139⅓이닝으로 규정이닝(144이닝)에 약간 미치지 못했지만, 팀의 3번째 선발로 꾸준한 활약을 했다.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을야구에 복귀한 한화가 한국시리즈 진출을 바라기 위해서도 류현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화는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의 강력한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고, 류현진과 문동주가 뒤를 받친다. 경험 많은 류현진이 3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준PO를 거친 삼성은 1, 2선발인 아리엘 후라도, 원태인이 로테이션상 뒤에 나올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후라도, 원태인 중 한 명과 맞붙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노장' 류현진이 삼성의 1, 2선발과 맞붙어 승리한다면,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오승환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PO에 이어 PO에서도 후배들을 '장외'에서 응원할 전망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오승환은 정규시즌에서도 12경기 9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구위가 떨어지며 핵심 전력에서 밀려난 그는 그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은퇴를 선언했고, 후반기 '은퇴 투어'를 진행한 뒤 지난달 30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은퇴식도 치렀다.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지난달 30일 오후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관중석 팬을 향해 모자를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은퇴식을 치렀어도 포스트시즌 출전은 가능하지만, 매 이닝 치열한 승부를 펼쳐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오승환을 위한 '예우'를 할 여유가 없다.

하지만 오승환은 이런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마지막까지 팀의 일원으로 꿋꿋이 후배들을 독려, 응원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기간 홈경기가 열릴 때면 후배들에게 간식을 보내기도 한다.

오승환의 기운이 전해진 덕일까. 정규시즌 부침을 겪던 김재윤은 준PO에서 완벽하게 부활하며 팀의 3차례 승리 모두 뒷문을 걸어 잠갔다. 영건 배찬승과 이호성, 이승민 등도 필승조로 각자 맡은 몫을 해내며 '대선배'의 마지막 시즌을 좀 더 연장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