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후라도 승부수가 부메랑으로…삼성, 아쉬움 속 대구행[준PO]

9회 동점 만들자 후라도 투입했으나 김성욱에 끝내기포 맞아
'약한 불펜' 아킬레스건…선발 요원 투입 강수 패착 귀결

11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SSG 김성욱이 9회말 1사 끝내기 솔로홈런을 날린 후 포효하고 있다. 2025.10.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인천=뉴스1) 권혁준 기자 =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불펜 투입한 승부수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원정 2경기를 모두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삼성 라이온즈는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삼성은 1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5전 3선승제) 2차전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3-3으로 맞선 9회말 김성욱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고 3-4로 패했다.

1차전을 5-2로 잡았던 삼성은 이날 패배로 시리즈 전적 1승1패가 됐다.

삼성으로선 못내 미련이 남을 경기였다. 선발 투수로 사흘 쉰 헤르손 가라비토를 투입했고, 상대 선발이 포스트시즌 데뷔전인 김건우였기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김건우가 예상 밖의 호투를 펼치면서 끌려갔지만, 4회초 르윈 디아즈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5회말 1실점 해 2-3의 근소한 격차가 이어졌다.

1점 차였기에 이승민, 김재윤, 배찬승 등 필승조를 모두 투입했고,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강민호의 극적인 동점 적시타가 나오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상대 마무리를 공략해 경기를 뒤집는다면 완전히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11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삼성 후라도, 강민호, 구자욱이 3-4로 끝내기 패배를 당한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5.10.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여기서 삼성 벤치의 선택은 후라도였다. 또 다른 필승조 이호성이 1차전에서 다소 많은 투구(28개)를 한 가운데, 후라도는 6일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이후 나흘의 충분한 휴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후라도가 불펜 경험이 거의 없는 투수라는 점이다. 후라도는 2023년부터 KBO리그에서 뛰었지만, 한 번도 불펜투수로 나선 적이 없다.

단기전의 특성상 에이스급 선발투수가 불펜으로 등판하는 일은 종종 볼 수 있지만, 후라도에게는 맞지 않는 옷이었다.

그는 첫 타자 최지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는데, 그다음을 넘기지 못했다.

정규시즌 타율이 0.195에 불과한 김성욱에게 던진 2구째 시속 149㎞짜리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고, 통타당한 공은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겼다.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허무하게 패배가 확정된 순간이었다. 야심 차게 준비한 '후라도 카드'가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더욱 아쉬움이 컸다.

삼성은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도 선발투수를 불펜으로 기용해 재미를 본 바 있다.

11일 오후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뱅크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 SSG 김성욱이 9회말 1사 끝내기 솔로홈런을 날린 후 포효하고 있다. 2025.10.11/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NC와의 2차전에서 3-0으로 앞선 8회초 2사 후 헤르손 가라비토를 투입했고, 가라비토가 아웃카운트 4개를 처리해 승리를 확정하고 준PO에 올랐다.

삼성의 '승부수'가 잦은 이유는 불펜진이 '아킬레스건'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은 정규시즌 뒷문 불안에 고전했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4.48로 6위에 그쳤고, 역전패(35번)가 4번째로 많았다. 5회까지 앞선 경기의 승률(0.761)도 뒤에서 3번째에 불과할 정도였다.

삼성은 정규시즌의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선발 투수를 불펜으로 기용하고 있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최원태를 경기 후반 내보내는 일이 많았고, 포스트시즌에 와선 두 외인에게 '불펜 알바'를 시키고 있다.

박진만 삼성 라이온즈 감독. /뉴스1 DB ⓒ News1 오대일 기자

구위가 좋은 투수들의 불펜 등판은 단기전에서 일시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된다면 결국 그들 역시 힘에 부칠 수밖에 없고 이날과 같은 최악의 결과로 귀결될 위험도 있다.

삼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구원 등판한 가라비토를 사흘 휴식 후 준PO 2차전 선발로 투입했다. 이날 끝내기 홈런을 맞은 후라도는 이틀 휴식 후 다시 준PO 4차전 선발을 준비한다.

불가피한 총력전이지만, 다소 힘에 겨워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모든 힘을 쏟아붓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삼성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대구로 향한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