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만루 위기서 웃은 삼성 이호성 "엄청 긴장했었다" [준PO2]

1차전 8회 만루 막고 포스트시즌 첫 홀드 작성
"믿음에 보답해야, 힘이 다할 때까지 싸울 것"

삼성 라이온즈 투수 이호성이 9일 열린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 8회말 2사 만루에서 고명준을 땅볼 처리 후 포효하고 있다. 2025.10.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인천=뉴스1) 이상철 기자 = 삼성 라이온즈와 SSG 랜더스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부처는 8회말이었다.

5-0으로 앞서던 SSG는 7회말 고명준에게 2점 홈런을 맞아 추격을 허용했고, 8회말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공교롭게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때린 고명준이 다시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섰다.

투수를 바꿀 수 있는 상황에서 박진만 삼성 감독은 뚝심으로 강공을 택했다. 마운드 위에 있던 투수 이호성도 미소를 지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삼성의 선택은 옳았다. 이호성은 고명준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해 무실점으로 막고 크게 포효했다. 2023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호성은 개인 첫 번째 가을야구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삼성은 그 기세를 몰아 SSG를 5-2로 제압, 시리즈 첫판을 잡았다.

1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이호성은 이틀 전 짜릿했던 순간을 잊지 않았다. 그는 "(홈런이든 안타든) 맞을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순간 전혀 두렵지 않아 그냥 부딪혀 보자는 각오로 임했다. 공에 힘이 있었고, 좋은 결과까지 따라와 자신감도 얻었다"고 복기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이호성. 2025.10.11/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당시 이호성은 웃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크게 긴장한 상태였다.

이호성은 "엄청나게 긴장했고 심장도 빨리 뛰었다"며 "그런 긴장감을 느끼는 게 기분 좋다. 이렇게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그래서 최대한 즐기자는 마음으로 공을 던졌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저를 믿고 마운드에 올린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당연히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이호성은 3번째 시즌인 올해 서서히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그는 58경기에 나가 7승4패 9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6.21을 기록했다.

이번 SSG전 홀드는 더욱 의미가 컸다.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긴 이호성의 개인 첫 번째 포스트시즌 홀드였다.

이호성은 "개인 성적을 떠나 준플레이오프 첫 경기가 가장 중요했는데, 팀 승리에 내가 보탬이 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이호성의 글러브에는 오승환 사인이 있다. 2025.10.11/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이호성의 글러브에는 한국 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의 사인이 있다. "자신 있게 하라"는 우상의 응원을 등에 업은 그는 더더욱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중이다.

삼성은 2014년을 끝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인연이 없다. 올해 가을야구에서는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지만, 정상까지 오르려면 갈 길이 멀다.

이호성은 "선수단 모두 당장 눈앞의 한 경기에 집중하면서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다.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겠지만, 힘이 다할 때까지 싸우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