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칙 펑고'에 꼬여버린 안우진 야구 인생…MLB 진출에도 적신호

소집해제 앞두고 2군 훈련하다 어깨 부상…최소 1년 재활
WBC 출전 후 MLB 포스팅 노렸으나 2년 이상 늦어질 듯

어깨 부상을 당한 키움 안우진.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던 안우진(26·키움 히어로즈)의 야구 인생이 크게 꼬여버렸다. 병역 의무 종료를 앞두고 2군에서 받은 '벌칙 펑고'에 발목을 잡혔으니 안우진 본인은 물론 한국 야구 전체가 황당하고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키움은 지난 5일 "안우진이 세 차례에 걸친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오른쪽 견봉 쇄골 관절의 인대 손상으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 중인 안우진은 지난 2일 키움의 퓨처스팀(2군) 홈구장인 고양 야구장에서 자체 청백전에 등판해 1이닝을 소화했다.

청백전에서 안우진이 속한 팀이 패하면서 벌칙으로 추가 훈련(펑고)을 받게 됐고, 안우진은 제외를 요청했으나 코치의 권유로 훈련을 진행하다 넘어져 부상을 당하는 불운을 겪게 됐다.

투수에게 어깨 수술은 치명적이다. 재활 기간 자체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복귀 후에도 예전과 같은 기량을 보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안우진은 KBO리그 '토종 에이스'의 계보를 잇는 우완 파이어볼러다. 2018년 키움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해 2년 차 시즌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4년 차인 2021년부터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2022년엔 30경기에서 196이닝을 소화하며 15승8패 평균자책점 2.11, 224탈삼진 등으로 활약했다. 당시 키움이 '언더독'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할 수 있었던 건 투타 핵심 안우진,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뉴스1 DB ⓒ News1 임세영 기자

그는 이듬해인 2023년에도 24경기에서 9승7패 평균자책점 2.39로 활약했으나 시즌 막바지 팔꿈치 내측인대 파열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팔꿈치 수술 역시 재활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안우진은 이 시기 사회복무요원 입대를 결정했다. 고교 시절 '학교 폭력' 논란으로 국가대표 발탁에서 배제된 그는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없었고, 재활과 함께 병역 의무를 동시에 해결하는 길을 택했다.

이미 KBO리그에서 '특급 투수'로 자리를 굳힌 안우진은 미국 진출의 꿈을 키웠다. 팀 선배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 이정후, 김혜성(LA 다저스)처럼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지였다.

해외리그에 진출하려면 FA보다 1년 짧은 7시즌을 뛰어야 한다. 이때 1군 등록 일수가 145일을 넘겨야 한 시즌을 뛴 것으로 인정된다.

안우진은 2022년(169일)과 2023년(164일)은 기준 등록 일수를 넘겼지만 이전 4시즌은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날짜가 부족한 시즌은 서로 합쳐 등록 일수를 채울 수 있는데, 안우진의 경우 2018년(97일)과 2019년(107일), 2020년(130일)과 2021년(139일)을 합쳐 2시즌을 추가로 인정 받았다. 결과적으로 안우진은 입대 전까지 4시즌을 뛴 셈이다.

안우진. /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선 여전히 3시즌이 부족한데, 국가대표 발탁으로 이를 줄일 수 있었다.

KBO리그는 국가대표에 선발된 선수에 한해 대회 중요도와 성적에 따라 등록 일수에 합산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한다.

학폭 전력으로 대한체육회 징계를 받은 안우진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엔 나설 수 없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은 출전할 수 있다.

안우진이 내년 초에 열리는 WBC 대표팀에 발탁돼 8강 이상의 성적을 내면 20일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경우 2020년(130일)과 합쳐 한 시즌으로 인정받는다.

여기에 더해 다음 달 17일 소집 해제 이후 잔여 시즌 6일 이상 등록되면 2021년(139일)에 더해 한 시즌을 채울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2026시즌 전 5시즌을 충족하게 되고, 2027년까지 뛰면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했다. 안우진이 만 29세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황당한 부상을 당하면서 안우진이 그리던 장밋빛 미래는 모두 물거품이 됐다.

어깨 수술을 받는 안우진은 빨라도 내년 7~8월에야 마운드에 설 수 있다. WBC 출전이 불가한 것은 물론이고, 2026시즌도 사실상 통째로 날리는 것과 다름없다.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안우진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시즌을 뛴 이후에야 7시즌을 채워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최상의 조건이라는 전제하에 만 31세가 돼서야 빅리그 무대를 밟게 된다.

펑고 훈련 한 번에 한국 미래 에이스의 시간이 2년 허비된 셈이다. 불의의 사고였다고는 하나, 안우진이 훈련 제외를 요청했다는 점과 투수에게 펑고 훈련을 진행했다는 점 등에서 키움 구단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WBC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끌 류지현 감독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류 감독은 안우진의 발탁에 대한 확답을 하지는 않았으나, 팀의 확실한 에이스감이 후보에서조차 제외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안우진이 빠진 현재로선 원태인(삼성), 문동주(한화), 송승기(LG), 소형준(KT) 등 젊은 선수들과 더불어 김광현(SSG)·류현진(한화) 등 베테랑 조합으로 투수진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