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형 임금정보시스템' 구축한다…'연공제→직무성과급제' 개편 유도
노동시장 개혁 전담 미래노동연구회, '임금체계 개편' 밑그림 공개
현행 연공제 임금 하방경직성 확대, 신규채용 제약 등 부작용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임금체계 개편'의 밑그림이 29일 공개됐다. 현행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직무수행 성과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는 '통합형 임금정보시스템 구축'에 나선다. 다만 정부가 민간영역에 임금체계 개편을 강요할 수 없는 만큼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자율적인 개편을 끌어낸다는 구상이다.
윤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과제를 발굴·수립 중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문가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공개했다.
연구회는 개편 방향의 큰 틀은 현행 임금체계를 구축·운영 중인 대다수 사업장이 채택하고 있는 연공형 임금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임금의 공정성과 효율성 차원에서 직무 가치와 난이도, 직무수행 성과, 기업 내 역할과 책임 등 다양한 요소가 임금체계에 고려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시한 게 '통합형 임금정보시스템 구축'이다.
연구회는 빅데이터 시대 임금·직무 설계의 핵심적 인프라(기반시설)는 정보 조직과 통계 구축이라는 점에 인식을 공유하고, 민간부문의 자유로운 임금체계 선택을 지원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해당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권고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핵심인 세분화된 임금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직무별 임금 통계 자료가 확충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기존 통계조사를 개선하고 정보제공 범위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직무별 임금통계 조사를 개발해야 한다. 여기에 각종 소득정보와 직업정보를 보완, 이를 임금체계 설계와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시스템 구축과 함께 미국 BLS와 같이 노동통계를 수집·관리·분석하는 노동통계 전문행정기관 설치 방안도 제안했다.
연구회 발제문을 통해 본 세부 개편 논의과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80%가 연봉제를 운영 중이다. 반면 중소기업의 62%에는 임금체계조차 없다. 대기업 연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기본급이 결정되는 연공급형 체계가 대부분인데, 지난해 사업체노동력조사 부가조사를 보면 연봉제를 운영 중인 '100인 이상 사업체' 56%에서 기본급은 호봉에 따라 결정된다.
이 같은 연공제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확대해 기업의 신규채용 기회를 제약하고,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유지도 어렵게 한다.
이에 연구회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우선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연구회는 보고 있다. 우리 노동시장의 법적 정년은 60세인데, 연금수급 연령은 2033년 65세로 조정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목표는 40%지만, 실질 소득대체율은 20% 수준이다.
퇴직연금이 보충한다고 해도 소득공백과 부족은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노동시장 은퇴연령은 70세를 넘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된 직장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전직에 따른 소득감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연공형 임금체계 개선인데, 정년연장 등 '계속고용'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원의 판단이다.
다음은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법제를 정비하는 일이다. 노사가 직무 및 직종의 다양성을 반영해 임금체계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고령 근로자의 계속고용과 청년일자리 창출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임금체계 개편 등 임금‧직무를 조정할 수 있는 법제 개선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임금체계 형성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계 구축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대부분 중소기업에는 임금체계가 없는데, 중소기업 근로자의 장기근속 유인과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공정한 임금체계 설계가 필요하다. 이를 직무 및 평가제도에 연계함으로써 종합적 인적자원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연구회는 제언했다.
이와 함께 고용 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청년근로자들이 임금결정 및 임금수준의 공정성 관련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상담창구를 제도화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지역·업종 차원의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임금관련 산업 및 업종별 협의체를 구축해 임금체계와 임금수준에 대한 정보교류를 활성화하고, 임금 근로자의 고충 및 불만해소를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한 방법으로 제시했다.
연구원은 인사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근로자들은 조직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수 없고, 직무평가나 임금체계 개편과 같은 변화에 대한 수용성도 낮아진다는데 공정한 평가를 위한 직무‧성과 평가 기준과 절차에 대한 컨설팅 확대를 제안했다.
또 어떤 기업이든 직무평가 도구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필요성도 권고했다.
이 외에도 포괄임금 관행이 오남용되고 있어 장시간 노동, 이른바 공짜노동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근로시간 관리나 임금체계 설계 지원 등의 종합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로서는 '상생형 임금위원회' 설치를 권고했다.
위원회는 임금 관련 차별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임금 관련 통계를 수집·관리하고, 원·하청 임금격차가 심각한 업종에 대해 임금 실태를 조사한 후 그 결과를 공표하는 등 임금공정성 구축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회는 지난 17일 공개한 '근로시간 개편' 권고안과 이번 '임금체계 개편' 권고안을 내달 13일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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