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로키]경찰청장 자리 비워두는 '진짜 이유' 무엇일까
경찰 수뇌부 중 비상계염 연루 가능성 배제 못해
'檢개혁 추진' 따른 정무적 판단도 작용한 듯
- 이승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차기 경찰청장은 대체 언제 결정되나요?"
최근 만난 경찰관들이 기자에게 되레 물을 정도다. 경찰 내부도 답답해하는 분위기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후 청장 부재 상태가 벌써 663일째다.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이 국회의 탄핵 소추안 의결로 직무 정지된 것이 2024년 12월 12일이다. 직무 정지 약 1년 만인 지난해 12월 18일 조 전 청장은 파면됐다. 그 후로 10개월이 지났는데도 후임자 인선은 설만 무성한 채 마무리되지 않았다. 조 전 청장의 유고 후 현재까지 경찰청장 '대행'만 3명이 나왔다.
경찰법 14조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국가경찰위원회의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실질적으로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 등 여권 인사의 추천이 청장 인선에서 주요하게 작용한다. 최종 결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몫이다. 경찰 내부에선 경찰청장 인선이 장기화하자 "청와대와 대통령이 경찰에 관심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여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도 사정이 있긴 하다. 그것은 '비상계엄'이다. 특검을 통해 관련자들이 줄줄이 기소된 군과 검찰, 법무부 등과 달리 경찰 내 비상계엄 가담 범위와 인원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우려가 있다. 조 전 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등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받는 전직 경찰 간부 외 현직 경찰 간부가 계엄에 가담했거나 연루됐는데 아직 적발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만일 조 전 청장 파면 후 후임 청장을 바로 임명했는데 그 후임자가 계엄에 관련됐다는 정황 또는 증거가 청장 취임 이후 드러나면 어떨까? 계엄 청산을 전면에 내건 정부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가중할 것이다. 이는 경찰청장 공백이 장기화한 배경으로 꼽힌다. 경찰청장(치안총감)은 경찰 서열 2위 계급인 치안정감 7명 중 1명이 승진해 임명된다. 조지호 체제 치안정감을 물갈이한 것도 당시 수뇌부의 계엄 연루 가능성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경찰 지휘부를 물갈이해야 수면 위로 나타나지 않은 내란 세력까지 배제한 채 청장 인선을 할 수 있다"며 "그런 사정을 알기에 행안위도 '청장을 빨리 뽑으라'고 청와대를 재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장 인선 장기화의 다른 배경은 '검찰개혁'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사의 수사권을 모두 박탈하는 검찰개혁을 본격 추진했다. 그러나 야권은 물론 보수 및 중도 성향 시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이 대통령조차 급진적 개혁을 우려했다. 그런 가운데 검찰과 갈등·충돌을 반복해 온 경찰이 청장을 구심점으로 똘똘 뭉쳤으면 어땠을까.
경찰은 강제수사 영장과 송치 등 주요 형사사법 절차에서 검찰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기관이다. 검찰개혁이 쟁점이 될 때마다 역대 경찰청장들은 앞장서서 '수사·기소 분리'를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청장을 공석으로 둔 것은 '경찰은 이번 검찰개혁 이슈에 끼어들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점진적 개혁을 선호하는 데다 지지율 하락에 촉각을 곤두세운 정부로서는 이 같은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았을까.
지난 2일 검찰청은 수사권이 모두 폐지된 채 공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전환해 출범했다. 바야흐로 경찰은 '책임 수사 시대'를 맞았다. 이제는 구심점인 청장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다. 수사 전문성 확보, 인력 확충, 조직 개편, 제도 개선 등 경찰의 각종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정부가 청장 인선을 계속 미룬다면 '계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지부진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늦어도 내달까지는 공소청장·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과 함께 경찰청장 인선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경찰청장 후보로는 김종철 경찰청 차장(현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고범석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인천경찰청장 등이 거론된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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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어 단어 로키(lowkey)는 '사실은' '은근히' '조용히' 등을 뜻합니다. 최근 영미권 MZ세대들 사이에선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은근히 표현할 때' 쓰입니다. 솔직하되 절제된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