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꺾이자 마라톤 시즌…시민들은 "버스서 다 내리래요" 울상
서울 대회 2022년 72개→올해 178개…4년 새 2.5배
버스 우회·상권 피해도…전문가 "공익성 따져 허용해야"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마라톤을 하는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버스에서 모두 내리라고 하더라고요. 어르신들은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도 몰라 당황하셨어요."
무더위가 꺾이고 아침 최저기온이 11도까지 내려가는 등 선선한 가을 날씨가 찾아오면서 서울 도심도 본격적인 마라톤 시즌에 접어들었다. 러닝족에게는 반가운 계절이지만 주말마다 주요 도로가 통제되고 버스가 우회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4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이날과 5일 서울 여의도에서는 각각 '2026 런 유어 웨이 서울 레이스'와 '한경 서울 마라톤'이 열린다. 오전 시간대 여의도공원에서 서강대교를 거쳐 광흥창역을 돌아오는 코스 주변 도로가 순차적으로 통제된다.
마라톤 정보 사이트 '마라톤 온라인'에 등록된 서울 지역 대회는 2022년 72개에서 2023년 100개, 2024년 120개, 지난해 154개로 늘었다. 올해는 이날까지 178개로 4년 전보다 약 2.5배 증가했다.
대회가 늘면서 도심 도로 통제로 인한 비참가자들의 일상적인 이동 불편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박 모 씨(33)는 지난해 9월 마라톤으로 버스 노선이 갑자기 변경돼 불편을 겪었다.
박 씨는 "평소 260번 버스를 타고 공덕에서 여의도로 넘어가는데 마라톤 때문에 마포역에서 승객들이 모두 내려야 했다"며 "특히 어르신들은 사전에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몰라 당황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어르신의 택시를 잡아드리고 나는 지하철로 갈아타 출근했다"며 "도로를 통제하더라도 버스 노선 변경이나 대체 교통수단은 충분히 안내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라톤 코스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박 씨는 "집 근처가 급수대와 응원 구간으로 쓰이는데 대회가 열리면 쓰레기가 많이 나오고 응원 소음도 크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내비게이션이 우회로를 제대로 찾지 못해 같은 길을 계속 돌았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도로를 막아 걸어가라고 했다"는 경험담이 나왔다. 주유소를 운영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마라톤 때마다 도로가 통제돼 약 3시간 동안 영업을 못 하고 화장실은 개방으로 운영돼 울상"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시에 접수된 마라톤 관련 교통 혼잡 민원도 2021년 15건에서 2022년 69건, 2023년 498건으로 크게 늘었고 2024년에도 461건에 달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시가 주최·후원하는 대회에 출발 시간을 오전 7시 30분 이전으로 앞당기고 장소별 적정 참가 인원을 준수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민간 주최 대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러너들 사이에서도 잦은 대회가 러닝 문화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약 7년간 러닝을 해온 김 모 씨(27)는 "최근 1~2년 사이 마라톤이 부쩍 늘었고 광화문·여의도 등 특정 지역에 몰린다고 느낀다"며 "대중교통 우회나 교통체증으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만 외곽으로 분산하면 수요가 줄 수 있는 만큼 대회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주최 측도 교통 통제와 쓰레기 등 시민 불편을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보스턴·뉴욕·런던 등 해외 주요 도시의 마라톤은 1년에 한 번 열리며 오랜 전통을 쌓아 시민들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며 "서울은 특정 기관이 주최하는 대회가 수익성 위주로 변질되면서 시민 불편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회 횟수뿐 아니라 장소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 교통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공공의 도로를 이용하고 경찰력까지 투입하는 만큼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며 "서울시도 시민을 위한 공공적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검증받아 그에 따라 대회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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