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구제신청 10건 중 1건만 인정…각하 절반은 '5인 미만'

직장갑질119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해고 제한·구제신청 규정 적용해야"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 노동자가 부당해고 등 노동 분쟁에 대한 구제를 신청하는 노동위원회에서 처리된 사건 가운데 실제 부당해고가 인정된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하 사건의 절반 이상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본안 판단을 받지 못했다.

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발간한 '해고 10계명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부당해고 사건은 총 8만2617건이다. 이 가운데 6만8309건이 처리됐다.

전체 처리 사건 중 부당해고가 인정된 사건은 6509건으로 9.5%였다. 기각은 1만5102건(22.1%), 각하는 1700건(2.5%)이었다. 화해는 2만 1611건(31.6%), 취하는 2만 3387건(34.2%)으로 집계됐다.

다만 9.5%는 화해와 취하까지 포함한 전체 처리 사건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노동위원회가 실제 판정을 내린 2만 3311건만 놓고 보면 부당해고 인정률은 27.9%였다.

각하 사건 중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1700건 가운데 919건(54.1%)이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각하됐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은 상시 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주장하더라도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에 제약을 받는다.

신청 기간을 넘기거나 필요한 절차를 지키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업장 규모 때문에 해고가 정당했는지를 따지는 본안 판단까지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셈이다.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해고를 통보하기보다 사직을 종용하거나 퇴사를 유도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해고 관련 제보 207건 가운데 '사직강요·퇴사유도형'은 115건(55.6%)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 중 폭언과 인신공격, 따돌림, 업무 배제 등으로 퇴사를 압박한 사례가 74건(35.7%)이었다.

단체에 따르면 회사가 직접 해고를 통보하지 않고 사직서를 받아낸 경우 노동자가 스스로 그만둔 것인지, 사실상 해고된 것인지를 두고 분쟁이 생길 수 있다. 회사의 압박으로 퇴사했더라도 사직서를 냈다면 부당해고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해고 자체가 있었는지부터 가려야 한다.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제대로 알리지 않은 '구두·즉시해고형'은 38건(18.4%)이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나 근로자성 부정 등으로 법적 보호에서 배제된 '법 밖 해고형'은 30건(14.5%), 신고나 고충 제기 이후 불이익을 받은 '신고 보복형'은 28건(13.5%)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해고 제한과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규정을 적용하고, 기간제 계약 남용 방지와 고용승계 의무화, 해고 존재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갑작스러운 해고에 대응하기 위한 '해고 10계명'으로 사직서를 작성하지 않을 것, 회유·협박에 흔들리지 않을 것, 관련 증거를 모을 것 등을 제시했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사직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의 요구나 압박에 따른 퇴사까지 자진 퇴사로 판단하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가로막고 실업급여 수급권까지 제한할 수 있다"며 "실질적인 퇴사 경위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가 제시한 '해고 10계명' (직장갑질119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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