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법촬영 피해자 신상 유출, 구글에 법 책임 묻겠다"(종합)
정부·피해자 삭제요청 정보 그대로 공개
"피해자 민감정보 보호 책임 무거워"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정부가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의 삭제 요청 정보를 외부 사이트에 유출한 구글에 위법 사항 확인 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구글을 상대로 법률의 역외 적용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검토에 들어갔다. 구글은 피해 규모와 유출 경위, 과거 추가 유출 여부 등을 이번 주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난 8월 25일 피해자와 지원기관이 구글에 제출한 정보의 일부가 구글 협업 해외 사이트에 무단으로 공개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구글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정부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성평등부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성폭력처벌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을 상대로 국내법을 역외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일부 역외 적용이 가능한 조항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구글에도 분명히 말씀드린다. 이번 일은 단순한 시스템상의 오류나 실수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며 "구글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글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이라면 피해자의 민감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처리해야 할 책임이 더욱 무겁다"고 강조했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미국 하버드 로스쿨 산하 연구기관의 프로젝트 사이트에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물 피해자들의 삭제 요청과 신상 정보가 원문 그대로 게시됐다. 구글은 콘텐츠 삭제 과정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법적 삭제 요청의 사본을 해당 사이트에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를 대신해 성평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구글에 제출한 삭제 요청 정보도 일부 공개됐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링크나 URL은 20여 건 정도로 파악된다.
성평등가족부는 지난달 25일 피해 정보 유출 사실을 인지한 뒤 구글과 해당 사이트에 정보 삭제와 차단을 요구하고 방미심위를 통해 긴급 차단에 나섰다.
방미심위는 지난달 28일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 15건을 우선 차단하고 이달 1일까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으로 검색되는 관련 게시물 200여 건 전체를 차단했다.
원 장관은 전체 차단까지 약 2주가 걸린 데 대해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 내역을 우선적으로 차단·삭제 조치했다"며 "이후 피해자가 특정되지는 않지만 불법·유해 사이트에 노출된 내역과 한국에서 제출된 내역 등을 단계적으로 처리하는에서 최종적으로 전체 차단까지 2주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성평등부는 지난 5일 원민경 장관 주재로 구글코리아 부사장 등이 참석한 대면회의를 열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피해 규모와 정보 유출 경위, 조치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청취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요청했다.
정부 조치에 따라 지난 7일 새벽 1시부터는 한국 피해자와 정부 기관이 구글에 제출한 삭제 요청 관련 내용 일체가 해당 사이트에서 보이지 않는 상태다.
구글은 정부에 이번 정보 유출이 '기술적·인적 오류'로 발생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구글은 해당 사이트 이외 다른 곳에는 관련 정보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구글은 "의도치 않게 일부 정보가 삭제 처리되지 않고 해당 사이트 데이터베이스에 공유됐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피해자분들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성평등부는 구글이 불법촬영물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유하지 않는 것을 기본 정책으로 밝혀온 만큼 그동안 삭제 요청 정보가 다른 곳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구글이 불법촬영물 관련 정보를 외부에 보낸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했다.
구글은 재발방지와 정보 보호 확약을 요구한 성평등부 요청에 따라 지난 9일 신뢰·안전 부문 글로벌 부사장 명의의 '재발 방지 조치 이행' 등을 약속하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제출했다.
성평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도 정보 유출 인지 이후 구글을 상대로 한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을 중단했다가 서한을 확보한 뒤 재개했다.
성평등부는 이번에 확인된 건 외에 과거 추가 유출 사례가 있었는지도 확인해 달라고 구글에 요구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2018년부터 디성센터를 운영했기 때문에 그 당시부터 현재까지 모두 확인할 것을 요구해 놓은 상황"이라며 "구글이 금주 내로 답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원 장관은 "정부는 이번 조치만으로 사안을 끝내지 않겠다"며 "구글의 재발방지대책이 실효성 있게 마련되고 실제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b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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