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 '구조' 권고에도…김소영 "119 부르면 의심할까?" 피해자 30시간 방치
"10시간 뒤면 깨겠지?"…8시간에 걸쳐 약물 검출 여부도 질문
김소영 "대화 기억 안 나" 주장에…재판부 "납득 어려워"
- 소봄이 기자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119 부르면 의심할 거 같고 모텔에 재우면 돈 아깝긴 한데 모텔에 재울 생각이었는데?"
'모텔 약물 연쇄살인' 사건의 피고인 김소영(20)은 오픈AI의 인공지능 서비스 '챗GPT'가 "쓰러진 사람을 혼자 두지 말고 119에 신고하라"고 권하자 이같이 답하며 구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오병희)는 지난달 27일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소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을 명령했다.
판결문에는 김소영이 범행 전후 챗GPT에 피해자의 이상 증세와 약물 검출 가능성, 신고에 따른 수사 가능성 등을 털어놓은 대화가 담겼다.
김소영이 챗GPT에 약물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 당시 교제하던 A 씨(22)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부터다.
당시 김소영은 A 씨가 병원으로 옮겨진 직후인 다음 날 오전 5시 15분부터 오후 1시 4분까지 약 8시간에 걸쳐 챗GPT에 약물검사와 검출 가능성을 물었다.
"(약물 검사하면) 수면제나 항우울제나 다 나와?" "알코올 안 먹었는데 먹었다 했는데 그 알코올 검사도 나와?" "소변에서 약물 검출이 될 수가 있어?" 등의 질문이었다. 실제 A 씨의 혈액에서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후 A 씨가 "수면제 성분이 좀 더 들어갔으면 영영 못 깨어났을 수도 있었어"라며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김소영은 이 내용도 챗GPT에 전달했다.
김소영은 자신이 수면제와 항우울제를 처방받고 절도·사기로 신고당한 전력이 있다며 "(A 씨가) 나랑 같이 있었으니까 내가 먹였다고 생각할까 봐 무섭다. 그냥 가서 당당하게 말하면 될까"라고 묻기도 했다.
질문 범위는 약물 검출 여부를 넘어 약물의 위험성과 쓰러진 사람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까지 넓어졌다.
김소영은 또 다른 피해자 B 씨(34)와 술을 마시기로 한 전날인 1월 9일 챗GPT에 "아는 오빠랑 술 먹다가 쓰러졌는데 어케(어떻게) 해? 119 불러야 돼? 그냥 바닥에 버리거나 모텔에 재우면 안 돼?"라고 물었다.
당시 B 씨는 이미 김소영의 요구에 따라 이튿날 함께 갈 숙박업소를 예약해 둔 상태였다.
챗GPT는 "119 불러야 돼. 바닥에 두고 가거나 모텔에 재우는 건 절대 안 돼"라고 답하며 질식·호흡정지 위험을 경고했다. 그러나 김소영은 신고하면 자신을 의심할 것 같다며 모텔이나 바닥에 재워두는 방안을 언급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1월 10일 김소영은 실제로 B 씨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먹인 뒤 의식을 잃은 그를 숙박업소에 혼자 남겨두고 떠났다.
같은 날 오후 11시 32분쯤 혼자 객실을 나온 김소영은 B 씨에게 "깨워도 안 일어나서 먼저 갈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챗GPT에는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은 B 씨가 코를 골며 음료를 흘리고 있고 모텔에 혼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도 챗GPT가 즉시 119에 신고하라고 했지만 김소영은 "근데 10시간 뒤면 깨겠지?" "알아서 대부분 10시간 안이나 12시간 안에는 일어나던데?"라고 되물었다. 챗GPT는 지금 상황에 '대부분'의 사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119나 모텔 프런트에 즉시 연락하라고 거듭 권했다.
김소영은 이 대화 이후에도 경찰이나 119에 신고하거나 숙박업소를 통해 B 씨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다음 날 오후에야 B 씨에게 "아직 안 일어났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숙박업소 폐쇄회로(CC)TV에는 김소영이 떠난 지 약 30시간 뒤인 1월 12일 오전 5시 40분쯤 B 씨가 처음 객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재판부는 김소영이 생존 피해자들의 상태와 챗GPT 답변 등을 통해 약물의 사망 위험성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반복된 범행과 약물 투여 방식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남성 2명이 숨진 범행에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소영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챗GPT에 어떤 내용을 검색했고 어떤 답변을 받았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소영이 피해자들과 나눈 대화, 먹었던 음식과 술, 피해자들의 행동은 세세하게 기억하며 반박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챗GPT 채팅 내용만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김 씨와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sb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