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경찰 개혁, 기구가 아니라 결과로 말해야 할 때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6.9.3 ⓒ 뉴스1 안은나 기자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경찰청 차장)이 3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6.9.3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경찰이 이번 주 중 경무관을 단장으로 하는 경찰 개혁 전담 기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구체적인 편제와 추진 방향은 출범 시 공개하겠다고 한다.

김종철 신임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전담 기구를 이번 주 중 출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행이 지난 3일 취임 첫날부터 "경찰의 잘못을 숨기거나 감싸는 문화를 뿌리 뽑겠다"고 공언한 만큼 새 전담 기구에는 경찰 조직 전반의 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찰이 이미 비슷한 취지의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경찰은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장을 포함한 과반 이상을 외부 위원으로 구성해 경찰 내부의 시각에만 머물지 않고 객관적인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도 내세웠다. 경찰이 수사 문제를 '뼈를 깎는 심정'으로 쇄신하겠다며 대대적으로 띄운 기구였다.

수사개혁위는 지난달 31일 '범죄피해자의 지위·보호·지원 강화를 위한 경찰 수사체계 개편'을 심의·의결하고 다섯 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내놓은 첫 권고안이다.

그런데 권고안이 발표되자 일각에서는 개혁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전담 조직을 만들고 변호사가 수사 초기부터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향은 제시했지만, 이를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인력과 예산, 조직 편성 등의 방안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사개혁위 관계자 역시 발표 과정에서 이를 사실상 인정했다. "세부 조직이나 인력, 예산 등을 논의하는 것은 위원회 스타일과 맞지 않고, 위원회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현실적으로 확보 가능한 예산까지 구체적으로 따지다 보면 권고안 자체를 만들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물론 위원회가 모든 실행 방안까지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도 개혁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찰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는 역할 분담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적어도 권고안이 실제 제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빠진 권고는 자칫 '좋은 말'의 모음에 그칠 수 있다.

기존 위원회의 역할과 권고안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경찰은 또 하나의 개혁 전담 기구 출범을 예고했다.

이미 수사 분야의 개혁을 논의하는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새로 출범하는 전담 기구가 기존 위원회와 어떤 차별성을 갖고 개혁을 추진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기구가 하나 더 생기는 것만으로는 경찰 개혁이 진전됐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새로운 위원회나 TF, 협의체를 만드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오히려 조직의 책임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책임의 주체가 모호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기구가 이전 기구의 논의를 다시 검토하는 악순환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경찰 개혁이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지금 경찰이 보여줘야 할 것은 또 하나의 개혁 기구 출범 그 자체가 아니라 개혁 방안을 누가, 언제, 어떤 예산과 인력으로 실행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전담 기구마저 거시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데 그친다면 경찰은 또다시 같은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어떠한 협의체를 새로 만드는 것보다, 그것이 무엇을 바꿨는지 보여줘야 할 때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