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여야 할 오늘, 가족·친구 연락 안 돼"…한국 거주 네팔인들 '발 동동'
참사 소식에 뉴스만 보는 창신동 네팔거리…"기도할 수 밖에"
"현지인들 30분 전 '대피하라' 문자 받아"…걱정 속 모금 이어져
- 신윤하 기자, 안소연 수습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안소연 수습기자
"1년에 한 번 코사인쿤드 호수에서 목욕하고 기도하는 축제가 열려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곳에 그렇게 많이 간 거예요. 그게 바로 오늘이었는데…기도할 수밖에 없어요."
28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네팔 음식거리에서 만난 비노드 차파가인 씨(48·남)는 네팔 대홍수로 인해 비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차파가인 씨는 이틀 전 SNS로 홍수 소식을 접하고 나서부터 네팔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고 했다. 여름철 현지인들이 순례길에 오르기 위해서 사고 현장인 북부 바그마티주 라수와 지역을 찾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28일)은 원래라면 1년에 한 번뿐인 '자나이 푸르니마' 축제 날이었어야 했다. 1년에 한 번 힌두교도들이 코사인쿤다 호수에서 목욕하고 복을 비는 축제가 열리는데 그게 바로 이날이었다. 카트만두 등 다른 지역의 현지인들도 축제 2~3일 전부터 라수와 지역을 찾아와 트레킹을 시작하는데, 이때 대홍수가 마을을 휩쓸었던 것이다.
차파가인 씨가 네팔에서 운영하는 학교에서도 학부모들이 축제에 참가하려다가 순례길을 떠났다가 사망했다. 차파가인 씨는 "축젯날에 맞춰서 다른 지방에 있는 몇천 명이 시바신께 기도하기 위해 그 지역을 방문한다"며 "그 지역에 살던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사람이 사망했고 피해가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네팔거리에서 만난 네팔인들은 한국 거주 네팔인들은 하나같이 이번 대홍수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가족·친구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들은 이번 대홍수에 대해 '전례 없던 일'이라며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2015년 네팔 대지진이 있긴 했지만, 근 몇 년간 이런 재난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네팔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로선 버떠라이 씨(45·남)는 "지진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냥 작게 일어나는 수준이었기에, 이렇게 큰 재난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갑자기 쓰나미처럼 닥친 홍수에 너무 깜짝 놀랐다"고 했다.
네팔 중부 포카라에서 한국으로 와 식당을 운영 중인 아구릉 리스만 씨(59·남)도 "이렇게 큰 홍수는 처음인데 고향이니까 걱정된다"며 "하루 종일 뉴스를 보고 있다"고 했다.
현지인들도 홍수가 마을을 덮치기 직전까진 이렇게 파괴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거주 네팔인들은 홍수 30여분 전부터 현지인들이 네팔 당국으로부터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홍수 위험성을 경고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대홍수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 아닌데다가 대피하기엔 촉박한 시간이다 보니, 현지인들이 심각성을 알지 못해 제때 대피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네팔인들의 설명이다.
차파가인 씨는 "홍수가 일어나기 30분 전 정부가 '빨리 나가야 한다'고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현지인으로부터 입소문으로 전해 들었다"며 "그런데 현지 경찰들도 '괜찮다'며 대피하란 안내를 하지 않았다 보니, 사람들은 '예전처럼 큰 홍수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고향엔 가지 못하고 가족·친구의 안위를 기도해야만 하는 이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모아 구호를 위한 기부에 참여하고 있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이수정 씨(네팔 이름 예만 센·39·여)는 네팔 정부가 운영하는 공식 기금에 참여했다.
이 씨는 "정부가 하는 공식 기금에 개인적으로 돈을 보냈는데, 피해 지역에서 필요한 것들이 정리되면 네팔거리에서 의논해서 다 같이 기부금을 보낼 것 같다"며 "친척과 가족들은 괜찮은데, 친구들이 트레킹에 간 뒤에 아직 소식이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네팔인들은 피해 지역에서 추가적인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진흙탕이 된 피해 현장에서 구호도 힘겹게 이뤄지고 있는데, 2차 홍수가 발생할 경우 구호 인력과 고립된 피해자들이 또다시 희생될 가능성이 있다.
외신에 따르면 대홍수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이날 기준 392명으로 늘어났다. 미국인을 포함해 실종자는 최소 1468명으로 집계됐다. 네팔에서 연락이 두절된 실종자는 910명이며, 이 중 외국인은 517명이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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