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의 로키] "제주 실종 타살 가능성 낮다" 경찰 발표 왜 못 믿나

편집자주 ...영어 단어 로키(lowkey)는 '사실은' '은근히' '조용히' 등을 뜻합니다. 최근 영미권 MZ세대들 사이에선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은근히 표현할 때' 쓰입니다. 솔직하되 절제된 글을 쓰겠습니다.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을 경찰이 지키고 있다. 2026.8.28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미스터리'는 언론이 쓰지 말아야 할 단어라고 생각한다. 실종이나 사망 사건을 '미스터리하다'고 자꾸 보도하면 그것이 독자의 뇌리에 각인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시민들은 실체가 드러나도 믿지 않는다. 사실은 비틀어지고, 실체는 왜곡된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도, 수수께끼처럼 의혹이 풀리지 않는 사건들이 분명히 있다.

2021년 5월 대학생 실종 사건이 대표적이다. 20대 대학생이 한강공원에서 음주한 뒤 잠들었다가 실종된 사건이다. 이 학생은 실종 신고 닷새 뒤 한강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 강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각종 증거 등을 분석한 뒤 "타살 정황이 없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은 믿지 않았다.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타살설'이 기승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이 범인으로 지목됐다. 사실관계가 완전히 어긋난 가짜뉴스가 무서운 기세로 퍼져 나갔다.

필자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를 곪아 터지게 만드는 확증 편향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판단한다. 확증편향은 음모론의 씨앗이다. '대중은 왜 음모론에 끌리는가'(2015년 9월 국내 출간)의 저자 톄거는 음모론의 특징으로 '배후 세력을 찾아내 악마화한다' '두 가지 잘못된 선택지를 제시하고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의심이 제기될 때마다 또 다른 논리를 갖다 붙인다' 등 10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 모든 현상을 음모론 또는 확증편향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도 주요 요인이다. 경찰의 수사 전문성에 대한 불신, 경찰이 사건을 암장할 수 있다는 불신, 경찰이 청탁받고 봐주기 수사를 한다는 불신, 경찰이 수사 내용을 유출할 수 있다는 불신 등이 그 근간에 자리 잡고 있다.

경찰은 지난 26일 브리핑을 통해 '제주 여성 실종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실종 여성인 장 모 씨(37)의 타살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지만 온오프라인 가릴 거 없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두드러진다.

이 사건 피의자는 장 씨의 실종 사건을 처리했던 30대 부 모 경장이다. 그는 실종 신고자인 장 씨의 연인에게 '장 씨와 연락이 됐다'는 취지의 거짓말을 한 데다, 실종 관련 시스템에 '교통사고 사망'이라는 허위 정보를 입력하면서까지 사건을 종결했다. 부 경장은 60대 남성 실종 사건도 시스템상 '소재 발견'이라는 허위 내용을 입력한 후 종결했다.

그는 298건의 실종 사건을 맡았고 이 중 10여 건이 허위 종결 사례로 의심받는다. 부 경장은 직무 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치안 현장에선 적은 임금에도 '경찰'이란 자부심으로 묵묵히 일하는 경찰관이 다수다. 휴가를 보내는 와중에도 우연히 맞닥뜨린 보이스 피싱 등 범죄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영화 주인공처럼 범인을 검거한 MZ 경찰관이 있다. 검사에 버금가는 법률적인 지식을 갖춘 경찰 수사관 또는 수사지휘관도 적지 않다.

부 경장 사건은 사명감을 갖고 범죄 현장에 뛰어드는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를 떨어뜨린 사례다. 본인의 실적과 연관된 사건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랬는지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 고위 관계자도 필자와 통화에서 "도저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밤샘 조사를 하고 있지만 동기는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부 경장의 구속기간(10일) 등을 고려하면 경찰은 다음 주쯤 부 경장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후 사건 기록을 집중 검토하면서 보완수사 여부를 결정한 것이다. 아직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기 전이다. 범여권의 검찰개혁 입법화로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검찰의 모든 수사권이 오는 10월 없어지기까지 30여 일이 남아 있다.

앞서 '장윤기(23) 강간 살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도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검찰이 아직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경찰 입장에선 다행일까 불행일까. 국민 입장에서는 다행일까 불행일까. 확증 편향과 음모론이 판치는 세상에서, 경찰로서도 억울하고 답답한 면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이 온갖 논란으로 '경찰 개혁'을 자초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mrlee@news1.kr